부시대통령이 극구 칭찬한 아프가니스탄 영화 ‘오사마’.

탈레반 붕괴후 12세 소녀의 파란만장한 삶 그린

보좌관·각료등에 관람 적극 권유
자신의 외교정책 정당화에 활용도

부시 대통령이 열렬한 오사마의 팬? 누구도 안 믿을 소리인데 부시가 최근 열렬히 칭찬한 오사마는 잠복중인 오사마 빈 라덴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영화 ‘오사마’(Osama)다.
올해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탄 이 영화를 지난 달 백악관에서 본 부시는 영화를 극구 칭찬하며 각료들에게 모두 보라고 적극적으로 추천했다고 신문들이 보도했다. 부시의 지시에 따라 백악관은 영화의 비디오 테입(UA가 배급한 이 영화는 현재 상영중으로 이 테입들은 UA가 특별히 마련한 것)을 라이스 안보수석보좌관과 럼스펠드 국방장관 및 파월 국무장관, 차오 노동부장관 등에게 보냈다.
부시뿐 아니라 그의 아내 로라도 백악관 시사회에 주미 아프간 대사 부인 등 친구들을 초청, 함께 관람했다고.
‘오사마’는 2002년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뒤 처음 만들어진 아프간 영화. 12세난 소녀가 아버지와 오빠가 전쟁에서 사망하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오사마라는 이름의 남자로 위장하나 정체가 폭로돼 나이 많은 회교 율법강사에게 강제로 시집간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오사마로 나온 마리나 골바하리는 카불 거리에서 구걸중 감독에게 발견됐다.
그런데 부시는 지난 달 말 DC에서 열린 전미주 지사회의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오사마’를 자신의 외교정책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 빈축을 사고 있다. 그는 주지사들에게 “여러분들은 이 영화를 꼭 봐야 됩니다. 이 영화는 야만의 손아귀로부터 시달리는 사람들을 구해주는 해방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똑바로 가르쳐 줄 것입니다”라고 강변했다. 파월 국무장관도 부시 못지 않게 영화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영화를 본 뒤 성명을 통해 “이 영화는 여러분의 영혼에 낙인을 찍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테러리스트들이 근절될 때까지 그들과 싸우는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옳은 까닭을 가르쳐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파월은 이어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이 영화의 유엔 시사회를 요청하기까지 했다는 것.
그런데 이 영화는 공화당원들뿐 아니라 힐러리 로댐 클린턴 연방상원의원 등 민주당원들로부터도 호응을 받았다. 힐러리는 얼마전 아프간 여성들의 고통을 주지시키기 위해 DC에서 이 영화의 시사회를 주최한 바 있다.
그러나 대니 로젯 UA 배급담당 부사장은 백악관의 ‘오사마’ 찬양을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
그는 “이 영화가 정부의 외교정책 정당화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오사마’는 백악관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총수입이 100만달러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편 국무부는 수백개의 ‘오사마’ 테입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들에게 발송했다.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