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로럴,MD>
화장을 않고 다녀도 그렇게 곱다던 피부가 바이러스인지 빨간 점박이가 가장 눈에 뜨이는 얼굴부터 귀, 목으로 내려오며 마치 머리통 내밀어 도깨비 방망이로 두드리는 게임에서처럼 자고 일어나면 불쑥 불쑥 고개를 치켜들어 야박스럽기 그지없다. 의사는 항생제도, 소염제도, 이젠 너무 많이 먹었다고 하고, 또 어느 의사는 조직 검사결과 한 달 정도 후면 저절로 나을 것이라더니 비웃기나 하듯 끄덕도 않고, 이젠 그 괴물들이 팔까지 점령했다.
처음엔 가려움으로 혼을 빼더니 이젠 아프기도 한 이게 무엇인지. 이유도 모르는 볼록 볼록 피어나는 피부가 하도 흉칙해 사람을 피해 다니느라 여념이 없었는데 긁으며 들여다보며 무심코 지내는 동안 3개월이 넘어서니 은근히 서운해지기 시작한다.
혈액검사를 위해 12시간 전 부턴 물 외엔 어떤 음식도 취하지 말라 하니 잠 잘 자던 잠꾸러기가 긴장으로 새벽부터 눈을 뜨는가하면, 병원 갈 시간 맞추느라 아침, 점심까지 걸러 배가 홀쭉하도록 강제적 단식을 하게 되어서인지 예수님 십자가의 길이 잔잔한 아픔으로 젖어들며 더욱 깊이 묵상하는 사순절이 되어진다.
아픈 팔이 교통사고 때문인지 확인해야 한다기에 X-레이 실을 찾았더니, 내 살이지만 내가 봐도 울툭 불툭 돋아난 피부가 징그러운 팔을 거리낌없이 어루만지며 싫은 표정 한 곳 없이 아기 대하듯 보듬어 주던 담당 선생님을 보며 어떻게 그렇게 친절할 수 있는지 감사할 뿐이었다.
수업 중인데도 사이 시간동안 의자를 끌어다 내 앞에 바짝 다가앉아 붉게 부풀어 퍼진 얼굴을 애처로이 바라보며 지극한 애정과 관심으로 감싸안는 영어학교 데레사 선생님의 표정이 어찌나 진지한지, 이분들이 친분이 있었던 것도 물론 아니며, 타향살이 이민자라는 딱지와 상관없이 마치 자신이 아픈 것처럼, 자신의 가족인양 베푸는 이 극진한 시랑에 가려움, 아픔, 그로 인한 나약함도 잊은 채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첨단을 달리는 이곳 미국이 인정 넘치는 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어 더욱 아름다워진다.
“용기를 내십시오. 예수님은 자매님의 가장 가까운 데에 계시고 자매님과 함께 웃고, 울고 계십니다” 더하여 힘이 되어지는 김 프란치스코 신부님의 말씀과 함께 가려울 때마다 사랑스런 이 아름다운 모습들을 자꾸만 되새기게 된다. 어쩌면 이분들의 사랑을 먹어 아마 금방 회복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해마다 봄은 어김없이 제 자리를 지키지만 차창 밖 가로수 샛노란 개나리가 만개한 올 봄이 왠지 더욱 화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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