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원 <볼티모어, MD>
신문에서 어느 연예인이 극빈자를 위해 연탄 1만장을 기증했다는 기사를 읽고 옛날 생각이 나기도 하고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학으로 공부했던 나 자신도 연탄 대 여섯 장을 지게에 담아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 달동네에 배달했던 기억도 나고, 70년대 군대에서 최고 졸병으로 내무반 연탄난로에 온종일 신경 쓰다 얼굴이 까마귀인지 분간을 못해 졸병들끼리 서로 쳐다보며 웃던 기억도 다시 살아난다. 연탄을 주로 사용해온 시절에는 매일같이 언론매체에 ‘연탄가스 중독’ 사망, ‘식물인간’에 대한 기사가 끊이지 않았다.
국민소득이 높아진 후 고층 아파트와 큰 건물에는 기름이 등장했고 연탄은 밀려밀려 산동네, 달동네로 쫓겨나기도 했다. 연탄은 한때 가난한 민초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문민정부 들어 국민소득 1만 불이라고 자화자찬했고 탄핵으로 나라가 뒤숭숭한 참여정부는 2만 불을 달성한다고 하니 그저 빛 좋은 개살구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인사는 가난하게 사는 것은 그 사람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국가는 모든 국민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터전과 그에 따른 적절한 급여를 줄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야할 의무가 있다 하겠다.
탄핵정국에 싸움에만 급급한 내 조국을 보고 있노라면 소름이 끼치기도 하고, 청장년 실업자가 어마어마하다는 기사를 보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아직도 초등학생 가운데 도시락을 가져오지 못하는 학생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과, 연탄을 사용하는 민초들이 있다는 사실엔 조국이 자랑스럽지 못하고 분노와 혐오가 생기기도 한다.
중동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에 사는 수많은 젊은 유태인들은 학업과 생업을 뿌리치고 조국 이스라엘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았는가. 만일 내 조국 대한민국이 전쟁에 들어가 있다면 미국에 사는 수많은 동포들이 총대를 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부정과 부패, 연탄, 도시락 준비도 할 수 없는 가엾은 초등학생들이 있는 부패한 조국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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