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천심이다. 천명사상이 지배하던 시대에 나온 말이다. 고대 중국에서도 민심의 동향, 말하자면 여론의 향배를 현명한 치자들은 그만큼 중요시했다는 이야기다.
사실 민심의 소재를 몰라 실패한 통치자는 한 둘이 아니다. 숱한 왕조의 패망. 그것도 따지고 보면 일면 여론의 향배에 무지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여론조사 만능시대다. 총선을 앞두고 신문이, 방송이, 게다가 인터넷 매체가 하루가 멀다고 여론조사결과를 보도하고 있어서다.
민주화의 결과다. 불과 10여 년 전이었던가. 그 때까지만 해도 여론조사결과를 공개적으로 보도하지 못했던 게 한국의 현실이었으니까 하는 말이다.
여론조사 결과 이러저러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므로 이러한 세상이 됐다. 그러니 그리 알고 처신하라. 요즘 매일같이 나오는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오히려 이런 엄포를 하는 듯이 들린다.
묘한 반감도 인다. 그렇게 자신 있게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는 진짜로 사실만 반영하고 있을까 하는.
작년의 일로 기억된다. 한국의 국정홍보처가 한 전국적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과 관련해 전국적 여론조사를 한 결과 절대다수 한국민이 노 대통령의 자주국방 구상에 찬성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전국적으로 1,000명이 넘는 사람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했다고 했다. 그러니 외관상으로는 하자가 없는 전국적 여론조사다. 그런데 함정이 있었다.
모바일 전화회사에게 의뢰한 여론조사로.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 3,000명을 뽑고 그 가운데 경축사를 들은 사람 1,051명의 의견을 들었다. 그러니 표본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설문 문항도 그렇다. 한국의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10년 내 자주국방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묻는 문항이 그것이다.
이 질문에 반대라고 할 한국민이 얼마나 될까. 당연히 너도, 나도 찬성이다. 이처럼 ‘당위’(當爲)를 묻는 문항이 한둘이 아니다. 그 답은 뻔하고, 조사 결과도 뻔할 수밖에.
여론조사는 왜곡될 수도 있다. 정치 혐오증이 만연한 시점에는 더 그렇다. 전화를 걸면 10명중 9명이 욕을 해대며 전화를 끊는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얼마나 정확한 여론조사가 나올 수 있을까.
민심은 천심이다. 맞는 말인가. 4.15 총선 결과를 주시해야겠다.
<옥세철 미주본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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