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 밤에 SBS에서 신사옥 오픈 특선영화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방영해 줬었다.
과감히 대장금을 버리고 해리포터를 보고 있던 나.
그러다 포터군이 퀴디치 시합을 하는 부분에 아버지께서 집으로 귀가하셨다.

아버지는 오시자마자 저게 해리포터냐?라고 물으셨고,

그 문명에 등돌리고 사시던 아버지가 한 눈에 ‘해리포터’를 알아봤다는 것에
엄마와 나는 탄성을 내질렀다.

엄마 : 당신이 해리포터를 어떻게 알아요?
아버지 : 빗자루 타고 날아댕기는게 해리포턴지 뭔지 말고 또 있어?

아버지는 봉사 문고리를 잡은 듯 했다.
빗자루 타고 날아다니는 건 해리포터 뿐이라고 단정지으신 모양이었다.
아무튼 엄마는 영화가 재미 없으시다며 잠이 드시고 아버지와 나는
해리포터에 정신을 몰두하고 있었다.(오랜만에 보니까 좀 유치하긴 하더라-_-)

그러다 영화가 후반부로 접어들 즈음에 해리포터와 그의 친구인 론 위즐리가
’소망의 거울’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왔다.
아버지는 그 장면을 보시며 내게 고개를 돌리시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얘가 해리고 쟤가 포터냐?


잠이 든 줄로만 알았던 엄마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