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보호센터 경찰의한 피해사례 발표
영남의 한 티켓다방에서 일하던 A(18)양은 2003년 말 주인의 지시로 차 배달을 나갔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보니 놀랍게도 지역 경찰서 모 지구대의 회식자리였다. 정복 차림의 경찰관들은 A양에게 술을 따르게 하더니 마침내는 옷을 벗으라고 요구했다.
2002년 중학교 졸업 후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꾐에 빠져 몸담게 된 티켓다방에서 지각비 결근비 미수금 등의 명목으로 1,000여만원의 빚을 지게 된 A양이 경찰을 죽도록 미워하게 된 사연이다. “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경찰관이 그런 일을 시키는 것을 보고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A양은 올해 초 청소년보호위원회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티켓다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청보위 산하 청소년보호종합지원센터는 17일 경찰에 의한 청소년 성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경찰은 회식자리에 이처럼 청소년을 불러 술 접대와 스트립 쇼를 강요한 것은 물론 성매매 관련 조사과정에서도 심각한 인권유린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미성년자인 B양은 자신을 고용해 윤락행위를 시킨 티켓다방을 경찰에 고소했다. 부모와 함께 경찰서에 출두한 B양은 잠자리를 같이 했던 남자와 마주앉아 껄끄러운 조사를 받아야 했다. 더구나 남자가 성매매 사실을 부인, B양은 스스로 성매매를 했다고 주장해야 하는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B양은 “부모님 앞에서 그 남자와 잤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 너무 가슴 아팠다”고 울먹였다.
10대 C양은 경찰조사에서 죄인 취급을 당했다. 경찰은 그에게 “신고해서 얻는 게 뭐냐” “너는 뭐 잘했다고 울어” “너 선수 아니야” 등 모욕적인 말을 했지만 C양은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난해 11월 미성년자의 차 배달을 금지하도록 식품위생법이 개정된 후에도 티켓다방의 불법영업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티켓다방에서 일하는 D양은 “경찰이 단속을 나오면 업주들은 미리 알고 다른 곳에 숨어있게 하기 때문에 청소년 성매매는 줄어들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차 배달 금지 이후에는 죽 배달로 위장해 성매매를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김영란 지원센터 소장은 “조사과정에서는 전문상담원을 배석시키거나 여경이 조사토록 해 피해 청소년의 인권을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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