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당 우려목소리 측근들 입단속해야

개각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과 김근태 전 원내대표측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통일부 장관직을 서로 따내려는 듯하다.
양측간 다툼이 과열양상으로 치달으며, 청와대와 당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21일 “정 전의장과, 김 전대표의 입각은 맞을 것”이라면서 “현재 누가 통일부 장관이라는 말은 당에서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누가 어느 곳으로 갈지는 노무현 대통령만 아는 사항”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당내 사정은 전혀 다르다. 서로 ‘노심(盧心)’은 자기 쪽으로 기울었다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개각 구상이 시작됐을 때부터 통일부 장관은 정동영 전 의장쪽으로 정리됐던 것 같다”며 “그런데 이후에 김근태 대표가 통일부 장관에 마음을 두면서 사정이 복잡해진 것 아니냐”고 전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정 전의장에게 통일부 장관직 등을 제의했을 때 정 전의장은 부담스러워 하면서 답변을 안해 김 전대표로 정리된 것으로 안다”며 “뒤늦게 정 전의장이 통일부 장관쪽을 기대하는 것 같다”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개각 문제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양 진영에서 워낙 다른 이야기가 나오자 당직자들까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도 파생하고 있다. 갈등이 첨예화하면서 듣기 민망한 풍문까지 나돌고 있다. 누구의 가족 신상 문제 때문에 통일부 장관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또 누구는 통일부가 아닌 다른 부처 장관은 “직급이 낮다”고 버텨 청와대측이 못마땅해 한다는 말도 들린다. 모두 두 사람 주변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다.

당 중진들도 걱정스런 표정을 내비치고 있다. 한 다선 의원은 “두 사람 모두 당의 소중한 자산인데 저렇게 다투면 상처가 날 우려도 있고 장관자리가 특정인들의 거래대상으로 비칠 수 있다”며 “개각은 말 그대로 노 대통령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 중진은 “정 전의장과 김 전대표는 각자 밑의 사람들을 불러 개각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못하도록 입 단속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