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종 기자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에 대한 상항지역 한인회의 특별감사 결과발표가 있기 전, 기자들의 예상은 대체로 ‘면죄부론’이었다.
사업회측의 재무관리에 대한 실수를 지적하면서도 횡령이나 유용 등은 없었다는 식으로 가벼운 질책과 함께 노고를 인정하는 식으로 지나갈 것이라는 것이 주된 전망이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것이 한인단체들의 불문율(?)처럼 통용되는 세태에서 내 돈 써가면서 고생한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장의 노고를 인정하면 인정했지 질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과거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었다.
그러나 20일 저녁 한인회 특별감사위원들이 발표한 보고서는 예상을 깬 탄탄한 감사결과를 담고 있었다. 위원들은 주먹구구식으로 45만달러에 이르는 지출이 이루어진 점을 매섭게 질타했다. 또 본국 연예인을 초청해 콘서트를 실시하려다 실패, 8만달러라는 거금을 날린 데 대해 책임론을 거론했다.
감사발표 이후 계속된 기자회견에서 해명에 나선 김근태 백주년 사업회장의 모습은 외롭기 짝이 없었다. 때로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김회장은 사업기간이 길어지면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상태에서 혼자 하다보니 장부정리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면서 거듭 ‘실수’를 인정했다.
또 사업초기에 걷힌 돈이 없어 사재를 털어가며 이민 100주년 사업을 진행한 저간의 사정을 호소할 때 김회장의 얼굴은 차라리 울고싶은 것처럼 보였다.
한 감사위원의 지적대로 무리한 콘서트 강행실패로 8만달러의 후원금을 날리고 회계처리가 불투명한 것은 ‘형사처벌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날 기자를 서글프게 만든 것은 왜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을 개인 1명이 도맡다시피 했느냐는 의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사업회 조직구성표에는 10여명의 고문, 5명의 부회장, 사무총장, 10여명의 상임준비위원 등 한인사회의 주요인사들이 거의 모두 망라돼 있다. 그러나 이중 어느 누구도 감사발표장에 나오지 않았다.
명예의 자리에는 앞다퉈 얼굴을 내밀지만 책임지는 일에는 꽁무니 빼기에 바쁜 한인사회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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