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회째를 맞는 ‘파리에서의 세계 영화와의 만남’에 초청을 받고 2~11일 파리에 다녀왔다. 매년 여름 열리는 ‘파리 시네마’ 축제의 일환으로 내 작품 ‘노다지’ ‘사르빈 강에 노을지다’ ‘황혼의 검객’ ‘천년마녀’ 및 ‘죽음의 다섯 손가락’이 상영되었다. ‘천년마녀’와 ‘죽음의-’은 홍콩서 감독한 것이다.
7월1일 개막식은 파리의 유서 깊은 렉스 영화관서 열렸는데 많은 참석자들 중에는 올리버 스톤과 카트린 드뇌브의 모습도 보였다. 진행자의 개막인사 중 내게 조명이 비춰지며 내 경력과 함께 나를 소개해 당황스러웠다. 개막 영화인 마이클 모어의 ‘화씨 9/11’ 상영 후 파리시장 관저에서 리셉션이 있었다.
이튿날 ‘황혼의 검객’ 상영 후 가진 프랑스 관객과의 대면은 큰 호응 속에 1시간 이상 계속됐다. 끝없이 질문들을 했는데 그들은 영화를 정말로 사랑하고 삶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3일에는 ‘노다지’ 상영 뒤 다시 관객과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영화 스타일과 당시 한국 시대상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이어 하오 8시부터 시작된 ‘죽음의 다섯 손가락’ 상영에는 나도 영화를 다시 보려고 처음부터 참석했다. 1,000여석의 좌석을 가득 매운 관객에 다시 한번 놀랐다. 영화 상영중 관객들이 계속 박수를 쳤고 끝난 후 우레와 같은 박수에 가슴이 뭉클했다. 관객과의 대화도 길어졌는데 홍콩 최초의 쿵푸 영화로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돼 히트한 이 영화의 일부 장면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에 인용됐다.
4일에는 ‘쳔년마녀’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 그리고 ‘카이에 뒤 시네마’와의 인터뷰가 있었다. 5일에는 상오11시~하오2시30분까지 잡지사들과의 릴레이 인터뷰가 있었다. 기자들이 내가 기억도 못하는 영화를 보고 질문을 해 놀랐다.
6일에는 ‘사르빈강에 노을이 지다’에 이어 ‘황혼의 검객’이 재상영되고 관객과의 대화가 있었다. 대화는 1시간 반이나 진행됐는데 그들은 일제시대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많이 물었고 나는 성심껏 답해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좀더 알게 되었다며 좋아했다. 앞으로의 감독활동 재개 여부와 내 제자인 임권택과 오우삼과의 관계 및 후배 영화인들에 대한 조언 등에 대해서도 물었다.
프랑스인들의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에 큰 감명을 받았고 영화야말로 세계를 하나로 만들 수 있는 매체라는 것을 실감했다.
정창화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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