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고학력실업자 몰려 나와…외환위기때와 비슷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성균관대쪽 출구에 노점을 차려놓고 여성의류를 파는 김요섭(24)씨는 올해 초 다니던 이공계 대학을 그만두고 대학로 노점상이 됐다.
“졸업해봐야 취업도 안되니 창업하는 셈 치고 노점을 시작했다”는 김씨는 “주변에 4년제대를 나온 젊은 노점상이 수두룩하다”고 귀띔했다.
서울 여의도우체국 옆 인도에서 어린이 장난감을 파는 김창기(46)씨는 3월까지만 해도 컴퓨터 관련 중소기업에서 기술직으로 근무했다.
그러나 회사가 문을 닫자 입에 풀칠이라도 할 요량으로 트럭행상에 나섰다. 김씨는 “가족들이 굶지 않도록 아침 10시에 나와 15시간을 매연 마셔가며 길에서 보낸다”며 8월 뙤약볕 아래 연신 땀을 훔쳤다.
노점상이 넘쳐 나고 있다. 출퇴근길 도로변에도, 지하철 출구에도, 사거리 횡단보도에도, 아파트단지 입구에도 노점상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불황으로 대거 생겨난 청년 실업자와 고학력 퇴직자들이 불가피하게 노점상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노점을 찾아보기 힘들던 구석진 장소까지 노점으로 채워지고 있다.
올들어 서울에서만 한 달 평균 5,000여개의 노점상이 새로 생겨나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등에서의 강력한 노점상 단속으로 전체 노점상 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1만3,000여개가 유지되고 있지만 트럭을 이용, 단속과 현황파악이 불가능한 ‘게릴라식 노점’이 급증, 실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노점상연합회 모승훈 정책실장도 “노점상 개설 문의가 1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특히 청년 실업자와 고학력 퇴직자들은 노점상을 ‘길거리 창업’이라고 부르면서 소자본 창업의 한 방안으로 보고 무더기로 뛰어들고 있다.
또 최근에는 실직자와 신용불량자를 대상으로 노점 프랜차이즈까지 생겨나 서울 광명 안산 등에 지점을 냈다. 대표적인 노점 프랜차이즈 ‘Moving Hope(움직이는 희망)’의 정민수 대표는 “2개월 만에 300여건이나 노점 신청이 들어와 있다”고 전했다.
용산에서 건강음료 노점을 하는 정창기(60)씨는 “기업들이 사람을 뽑기는커녕 오히려 자르고 동네가게마저 줄 도산 하는데 보증금과 월세 없고 세금도 안내는 노점 이외에 딱히 방법이 있겠느냐”며 “그러나 젊은이들마저 노점에 몰리면서 늙은 노점상들은 더욱 먹고 살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김호섭 기자 dream@hk.co.kr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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