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진보.보수론
“진보는 개방적이고 바꾸자는 것이며 다름을 인정하는 반면 보수는 폐쇄적이고 지키자는 것이며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15일 밤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의 일부다. 그는 “이념과 정책에서 진보와 보수는 물론 중요한 문제이지만 자세와 태도에 있어서의 진보와 보수가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고도 했다.
신 의장이 이 글을 쓴 것은 지도부가 추진하는 기간당원 자격완화를 막무가내로 반대하는 일부 열성 당원들을 무마하기 위해서다. “진보 세력답게 열린 자세를 가져달라”는 취지다. 그렇다고 해도 민감한 이념문제에 대한 여당 대표의 이런 흑백논리는 황당하다.
상대방 이념에 대한 여권 수뇌부의 매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5월 연세대 특강에서 “보수는 어떤 수사를 붙여도 되도록 바꾸지 말자는 것이지만, 진보는 고쳐가며 살자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당시 야당과 보수단체가 강력 반발한 것은 당연했다. 신 의장은 대통령의 말을 표현만 약간 바꿔 되풀이한 셈이다.
노 대통령과 신 의장의 논리대로라면 보수는 진보와 병존하며 경쟁할 대상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청산돼야 할 구악(舊惡)일 뿐이다. 여권 수뇌부의 뇌리엔 ‘보수=수구’라는 등식이 각인돼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적지 않은 국민은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하고 있고, 여권의 이 같은 이분 법에 결코 공감하지 않을 것이다. 여권은 한나라당이 보수세력의 전부라는 착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어떤 문제건 걸핏하면 진보ㆍ보수라는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려 하는 관성을 이제 떨쳐버릴 때가 됐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정치부 김성호 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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