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옥<자원 상담가>
(구름 장막을) 열치매 나타난 달이
휜구름 따라 (서쪽으로) 가는 것 아니냐?
새파란 냇가에 기파랑의 모습이 있어라.
이로부터 그 맑은 냇가 조약돌에
낭의 지니시던 마음 끝을 따르고자
아아, 잣가지 높아
서리를 모를 화랑이여.
-양주동 해독-
신라 경덕왕 때 충담(忠談)이 화랑 기파랑(耆婆郎)을 추모 하여 지었다는 10구체 향가, 찬기파랑가이다. 달과의 문답 형식을 이용해 뛰어난 비유로 고결한 기파랑의 인품과 숭고한 이상을 흠모하는 서정적인 시로 천 이백여년 전 신라문학의 진수를 맛보게 해주는 드문 노래다. 한글이 발명되기 이전이라 우리의 조상은 한자의 뜻과 소리를 빌어 향찰이라는 독특한 표기방법을 고안해 자신의 얼과 감정을 향가로 노래해 후손들에게 남겼는데, 다양한 음소와 받침이 발달된 우리 말을 그대로 담기에는 무리가 많아 아직도 향가를 해독 하는 전문인들의 논란이 끝이없다. 예를 들어 찬기파랑가의 첫 두행을 김완진의 해독에 의하면 흐느끼며 바라보매 이슬 밝힌 달이/ 흰구름 따라 떠간 언저리에로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후 세종대왕의 은덕으로 우리는 세계에서 제일 과학적이라는 언어로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 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우리나라 말이 중국 말과 달라서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그 뜻을 펴지 못함을 가엾게 여겨 훈민정음을 만들었음을 선포한 세종대왕은 일반 백성들의 안위를 위해 유교의 권위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반대하는 신하들과 설전을 벌이며 법전을 번역하고 삼강행실도를 출간해 일반 백성들에게 법률을 이해 시키고 효행의 풍속을 바로 잡으려 애쓴 흔적이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 높은 뜻을 기리지 못하고 언문이니 암클이니 하는 이름으로 천대 받던 한글이 요즈음은 영어의 홍수 속에서 기를 못 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기파랑을 흠모하며 추모의 노래를 불렀던 충담사처럼 찬세종대왕가를 외치고 싶음은 단지 영어로 오염되어 가는 우리말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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