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이씨는 지난 30일 법정 증언대에서 “아내와 딸을 보호하기 위해 린다 아줌마를 칼로 찔렀다”고 주장했다. <서준영 기자>
사채업자 살인혐의 찰스 이씨 이례적 법정증언
“도박위해 빌린 돈 못갚자
모욕·위협… 순간적 범행”
피해자 유족 “말도 안돼”
“린다 아줌마가 아내와 두 살 된 딸을 ‘끝내겠다’며 사람들을 집으로 보내려 했다. 너무 두려웠다. 그녀가 실제로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를 찔렀다”
2003년 8월 중앙은행 가디나 지점 현금지급기 앞에서 한인 여성 사채업자 린다 시호스(당시 66세)를 칼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인 1.5세 찰스 이(30)씨가 지난 30일 법정에서 당시 상황을 직접 증언했다. 이씨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칼로 시호스를 찔렀음을 처음 시인했다.
이날 오후 1시30분 증인 선서를 하고 증언대에 앉은 이씨는 착잡한 표정으로 리처드 김 변호사의 질문에 맞춰 당시 상황을 설명해나갔다.
“린다 아줌마를 만나 돈을 빌린 건 사건 2주전인 2003년 8월6일이었다. 도박으로 7,000달러를 날렸을 때 린다 아줌마를 만나 1만달러를 빌렸다. 1주일 뒤 1만1,000달러를 갚겠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빌린 돈마저 모두 날려 갚을 수 없었다. 1주일 뒤 6,000달러만 갚았고 나머지 5000달러는 한 주 뒤 5,500달러를 갚기로 했다. 그렇지만 1주일 뒤 역시 돈을 갚을 수 없었다. 그 때 린다 아줌마가 ‘사람을 시켜 아내와 두 살 된 딸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린다는 그 과정에서 모욕적인 욕설을 퍼부었고 실제로 전화를 걸려고 했다. 그 순간 너무 두려웠고 나도 모르게 칼로 그녀를 찔렀다”
이씨는 당시 부엌칼을 가지고 사건 현장에 갔던 것에 대해 “린다를 죽이려는 목적이 아니라 다른 사람 돈을 훔쳐 빚을 갚을 생각이었다”며 주장해 계획 살인이 아니었음을 입증하려 애썼다.
이씨는 사건 설명에 앞서 ▲3년 전 20∼40달러로 카지노 도박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흥분과 전율 ▲이후 도박에 중독돼 2차례 이상 도박장에서 다른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쓴 과정 ▲교회를 통해 도박 빚 7,000달러를 갚고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경험 등도 상세히 증언했다.
형사 사건으로 고발된 피고인이 법정 대리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증언대에 선 것은 무척 이례적인 것으로 이씨측 리처드 김 변호사는 “살해가 정당방어였음을 증명하기 위해 이씨의 직접 증언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날 증언에는 이씨와 시호스 사이에 오고간 협박과 욕설을 포함한 대화 내용을 정확하게 배심원에게 전달하게 위해 한국어 통역이 사용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는 시호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았다는 다른 한인 여성이 나와 이씨측 참고인으로 나오기도 했다. 이씨의 증언은 3시간 이상 계속됐다. 이씨가 협박받는 과정을 설명할 때 이씨의 아내와 어머니는 감정이 격해 끝내 울음을 터뜨렸고 시호스의 가족들을 말도 안된다는 표정이었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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