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스·포티나이너스, 깊은 슬럼프
각각 소속 디비전에서 최하위 고전
주전 QB·스타플레이어, 부상 혹은 이적으로로

북캘리포니아에 있는 두 도시 오클랜드와 샌프란시스코는 주민들의 정치적 성향과 사회경제적 수준 라이프스타일의 판이함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뚜렷한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탁월한 풋볼팀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NFL의 전통강호로 이름을 떨쳤던 오클랜드 레이더스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는 현재 깊은 슬럼프에 빠져있다. 레이더스는 시즌 전적 3승 6패로 AFC 서부조 공동 최하위, 포티나이너스는 1승 8패로 NFC 서부조 단독 최하위다.
불과 2년 전 포티나이너스는 NFC 서부조에서 우승,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 진출했다. 같은 해 레이더스는 포티나이너스의 성적을 능가했다. 대망의 수퍼보울에 진출한 것이다. 그러나 레이더스는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에게 대패하고 말았다.
포티나이너스와 레이더스는 수퍼보울에서 도합 여덟 번이나 우승했지만 지난 2년 동안 총 15승 34패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7일 레이더스는 당시 1승 7패의 약체 캐롤라이나 팬서스를 가까스로 물리치고 시즌 전적를 3승 6패로 만들었다. 그러나 로커룸의 분위기는 오랜만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무겁기만 했다. 주전 쿼터백 리치 개넌은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고 전설적인 와이드리시버 제리 라이스도 최근 시애틀 시혹스로 이적했기 때문이었다.
레이더스는 이번 주 샌디에고 차저스와 홈경기를 벌인다. 차저스는 핼로윈 데이에 레이더스에게 42대 14라는 치욕적인 패배를 안겼다.
“저스는 우리를 완전히 유린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주 차저스와 다시 만나는 것을 벼르고 있다”
레이더스의 디펜시브 태클 워렌 샙은 말한다.
샙은 레이더스의 부진에도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산술적으로 제로가 되기 전까지는 포기하지 않는다. 시즌을 6전전승으로 스타트한 팀이 후반 아홉 경기 가운데 일곱 경기에서 지는 것을 봤다.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다”
샙의 강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레이더스의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포티나이너스의 처지도 비슷하다. 수퍼보울에서 무려 다섯 번이나 우승한 명문팀 포티나이너스는 1980년 이후 NFL 기록인 19개의 승리 시즌(승리가 패배보다 많은 시즌)을 기록했지만 금년엔 최악의 부진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 시즌을 실망스런 7승 9패로 마감한 후 쿼터백 제프 가르시아와 와이드리시버 터렐 오웬스가 팀을 떠났을 때 포티나이너스가 2004년에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팀을 재건하는 시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승 8패’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암흑이다.
팬들은 포티나이너스 추락의 책임을 2년차 감독 데니스 에릭슨에게 돌린다. 하지만 에릭슨에 대한 최대의 비판자는 바로 에릭슨 자신이다.
“나의 잘잘못에 대한 평가를 나처럼 많이 내리는 사람은 없다. 내가 나의 최대의 비판자인 것이다.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1승 8패라는 시즌 전적의 책임은 나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팀의 성적이 부진하면 감독의 수명도 다하게 된다.
“나도 안다. 감독에서 해임되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시즌 절반이 남아있다. 팀을 복원시킬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에릭슨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