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주 잘 팔리는 데 보드카 업체가 왜 배 아파 할까?”
소주가 ‘비어 & 와인’범주로 분류돼 판매되는 데 대해 보드카 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가자 대부분의 한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소주란 한인들이 한인 주점이나 식당에서 마시는 우리 민족의 술인데 보드카와 무슨 상관이 있나”하는 의아함이다.
눈을 한인시장에 고정시키면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이다. 그런데 미주류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이해가 된다. 보드카를 즐겨 소비하던 미 주류 애주가들의 입맛이 서서히 소주로 바뀌는 추세이고, 그 기세가 상당히 거세다고 한다.
진로소주 보급사인 KM 머천츠의 이승상 이사의 말이다.
“2년쯤 전부터인가, 웨스트 LA에 있는 미국식당으로부터 소주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한두 박스 주문하던 것이 나중에는 매주 주문량이 1.75 리터 짜리 대병 소주 6박스로 늘어나더군요. 모두 48병이니 상당한 양이지요”
하드 리커 라이센스가 없는 식당에서 ‘비어 & 와인’으로 나오는 한국 소주를 쓰면 어려움 없이 칵테일 바를 운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윤이 또 대단했다. 칵테일에 들어가는 소주 양이란 게 소주잔 2잔 정도, 거기에 과일 주스나 소프트 드링크 약간 섞으면 가격은 거의 10달러로 껑충 뛴다. 소주 대병 하나로 200~300 달러를 번다는 계산이다.
단골 칵테일 술이었던 보드카에 비하면 우선 하드 리커 라이센스 필요 없고, 가격 싸고, 맛도 좋으니 일석삼조이다. 소주의 이런 장점을 제일 먼저 간파한 것은 바텐더들. 지난 봄 개업해 웨스트 LA, 롱비치 일대의 식당, 바를 집중 공략하며 소주를 공급하는 골든 스테이트 소주(GSS)는 전직 바텐더 3명이 차린 회사이다.
또 다른 한국 소주 보급사는 미국 도매상인 영스마켓 산하 프로그레시브 음료사.‘한’이란 이름으로 한국 소주를 투명한 양주병에 담아 미 주류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우리의 술, 소주가 미주류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인기가 칼의 양날이 되고 말았다. 손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보드카 업체, 하드 리커 업체들이 관계 당국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소주가 ‘비어 & 와인’으로 분류된 조건은 외국에서 수입된 알콜농도 24% 이하의 전통 민속주라는 것. 보드카도 러시아의 전통주이니 알콜도수를 낮추면 소주와 같이 분류하든지 아니면 소주도 보드카처럼 하드 리커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주가 하드 리커로 분류되면 타운 업소에 미칠 파장은 만만치 않다. 우리 술 살리기 운동을 펼쳐야 하겠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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