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나게 열강을 토하고 있었다. 그래도 명 강의는 가뭄에 콩이다. 학생들을 감동과 열광의 경지로 몰입시키는 일은 하늘에 별 따기다. 수업은 대단원이 끝나고 정리단계에 들어섰다. 그런데 칠판에 글을 쓰려고 돌아서는 순간‘까르르’웃음소리가 터졌다.
이상이 여겨 돌아보니 잠잠하다. 다시 돌아서니 폭소가 들린다. 돌아보니 또 조용해진다. 오랜 경험에 의하면 이럴 땐 등에 누가 장난을 친 것이다. 꼬리표를 붙여‘XX 구함’뭐 이런 식이다. 나는 등을 더듬어 보았다. 아무 것도 없다.
나는 지금 실수하면 안 된다. 복장검사를 해도 이상은 없었다. 웃고 시치미를 떼는 동안 수업은 끝났다. 돌아서서 곧장 화장실로 직행했다. 거울에 등을 비춰보았다. 새로 입고 온 새하얀 난방 셔츠에 포도송이만큼 큰 잉크 방울이 번져 있었다. 학생들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교과서를 읽어줄 때 누가 내 등에 그린 졸작 예술품이었다.
나는 화가 치밀었다. 반장을 즉시 호출했다. 한참 후에 고개 숙인 범인이 드디어 내 앞에 나타났다. “고개 들어!” 나는 볼멘소리를 냈다. 그 학생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학생의 얼굴을 보자마자 ‘앗!’ 나는 그만 놀라고 말았다. “가 봐!” 변명 한 마디 들어보지 못한 채 그냥 돌려보낼 수밖에 없는 내가 혼란스러웠다.
어제 일이었다. 나른한 오후 퇴근시간이었다. 내가 현관 계단을 내려가고 있을 때 어느 여학생이 빵긋 웃으며 수다를 떨었다. “선생님, 이 난방 참 멋있네요, 내일 저희 반 수업 때 꼭 입고 오세요?” “응, 알았어” 여학교에서 흔히 있는 선심성 인사였다.
다음날 무심코 다른 옷을 입고 왔다. 물론 그 학생의 부탁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보는 순간 바로 그 학생의 얼굴이었다. 나름대로 자신의 기대가 무참하게 묵살 당한 심술이었을 것이다. 그 여학생의 심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시간이 필요했다. 이렇듯 오랜 세월을 비바람에 시달리고 나니 여성 심리를 이해하는데 도사 수준은 못되어도 그 근처는 갈 수 있게 되었다.
여자는 이해하기보다는 사랑의 대상이다. 여자는 설득하기보다는 칭찬의 대상이다. 여자는 지나치기보다는 관심의 대상이다. 셰익스피어는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베르디의 아리아로 더욱 세상에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새 ‘남자의 마음은 갈대 위에 앉은 잠자리 같다’라고 응수한다.
그러나 나는 여자의 마음은 “울긋불긋하고, 아롱다롱하다”고 말하고 싶다. 종잡을 수도 없이 다채로우니 말이다. ‘울긋하니 울기도 하고, 불긋하니 불기도 하지만 역시 아롱은 아름답고, 다롱은 다정다감하다’ 그야말로 바람 따라 철 따라 천상의 멋진 선율로 인생의 봄을 연주하는 우리들의 영원한 동반자가 바로 여성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농을 했다.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할 때 먼저 남자를 만들고, 그만 실망을 해서 다시 여자를 만들었다고. 여성들이여! 자부심을 가져라. 자유의 남신상은 없어도 자유의 여신상은 오늘도 인류의 횃불을 높이 쳐들고 있지 않는가!
고영주/ 토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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