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신상정보를 훔쳐 자동차를 리스한 혐의로 기소된 제임스 이(오른쪽)씨와 대니엘 이씨가 지난 9월29일 LA형사법원에서 판사로부터 형량선고를 받는 모습. <이승관 기자>
한인사회 ‘파노라마 2004’ <4> 신분 도용
2004년 한인사회는 각종 신분도용 사기로 얼룩졌다. 두드러진 현상은 한인들의 신분도용 범죄가 규모와 수법에서 ‘기업형’으로 탈바꿈한 것. 따라서 피해규모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다. 신분도용은 예방법이 없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로 부각됐다.
대규모 다인종 사기단
적발에 한인들 큰충격
우편함서 훔친 정보로
카드 신청 무단사용도
올 한해동안 드러난 많은 신분도용 사건 중 가장 충격적인 케이스는 애나하임에서 발생한 다인종 ID 사기단 적발사건이었다. LA카운티 셰리프국과 연방비밀경호국(SS) 합동수사팀은 지난 3월 시내 한 한의원 건물 사무실를 덮쳐 한인 3명과 타지역에서 4명 등 7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랩탑 컴퓨터, 컬러복사기, 크레딧카드 번호 인쇄기 등 온갖 첨단장비를 갖추고 즉석에서 실존인물들의 이름이 찍힌 가짜 크레딧카드를 대량생산, 개당 수백달러를 받고 범죄자들에게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달 앞서 미러클마일 지역에서 연방우정국에 덜미를 잡힌 서점수씨 사건도 잊혀지지 않는다. 서씨는 피해자 신분을 도용해 신청한 크레딧카드들을 여러 개의 주소를 통해 전달받아 현찰을 인출하고 물건을 구입하는 등 마음대로 사용하다 쇠고랑을 찼다. 17개 혐의로 기소된 서씨는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될 경우 무려 360년의 실형을 언도받을 수 있다.
지난 4월 LAPD 동양인수사과에 의해 일망타진된 7인조 한인 ID 사기단의 경우 우편함에서 훔친 타인의 신상정보로 자동차를 리스해 타고 다니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 사건의 경우 초기단계에서 용의자들이 모두 검거돼 더 심각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주범 제임스 이씨는 3년의 실형을, 대니엘 이씨는 집행유예 5년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밖에 죽거나 실종된 사람들의 신분을 도용해 미 시민권을 받게 해주겠다고 속여 돈을 받고 잠적한 사건, 재정상담가로 일하며 얻은 고객 신상정보로 크레딧카드를 신청한 사건, 사채업자로부터 얻은 한 여성의 신상정보를 도용해 고급차 3대를 구입한 사건 등도 발생했다.
신분도용 피해를 당할 경우 금전손실은 물론 크레딧까지 망치는 엄청난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신분도용 범죄가 유행처럼 번지는 이유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남의 신상정보를 손에 넣을수 있고 ▲한 건만 제대로 하면 순식간에 ‘인생역전’을 이룰 만큼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신분도용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최소 일년에 두 번은 본인의 크레딧 리포트를 꼼꼼히 체크하고 은행계좌 밸런스는 인터넷 뱅킹이나 전화를 통해 매일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구성훈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