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白壽ㆍ99세)를 사흘 앞두고 세상을 떠난 98세 할머니와 암으로 사망한 남매가 연구활동에 써달라며 자신의 시신을 기증했다.
31일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에 따르면 1897년 경기 강화군에서 태어난 고(故) 유정심 할머니가 28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시신을 경희대에 기증, 국내 최고령 장기기증자로 기록됐다. 장기기증운동본부는 고령층 기증자가 많이 늘고 있지만 90대가 기증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유 할머니는 2000년 교회의 소개로 며느리ㆍ장손자와 함께 3대(代)가 동시에 사후 시신기증 서약을 해 화제가 됐었다. 장손자 김영우(50)씨는 “가족들의 잇단 사업실패 때문에 할머니는 강화도 요양원에서 쓸쓸한 말년을 지내셨다”며 “고인을 두 번 죽이는 것 같아 마음 아프지만 ‘초라한 시신이라도 사회에 공헌했으면 좋겠다’는 할머니의 유언을 받든 것 뿐”이라고 말했다.
27일 간암으로 투병하다 100일만에 숨진 김중영(46)씨와 작년 8월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김씨의 여동생 김영란(당시 38세)씨도 시신을 기증했다. 이들 남매의 장기기증은 3남3녀 가운데 둘째인 김중한(51)씨가 라디오 방송을 들은 뒤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하자 모두 이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이뤄졌다.
이들 남매를 지켜봐 온 경남 거제시 송진포교회 천창수 목사는 “남매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허름한 집에서 형제 자매들과 오순도순 지냈다”며 “암 판정을 받고도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였고 ‘껍질뿐인 시신이 의학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해 주변을 숙연케 했다”고 말했다. 김중한씨는 “동생들을 먼저 보내고 시신마저 기증해버려 몹쓸 짓을 한 것 같다”며 “삶은 고달팠지만 마음만은 순수한 동생이었다”고 말했다.
/안형영기자 ahn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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