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으로 선출된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18일 추기경들과 함께 성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와 바티칸 광장을 가득 메운 순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보수색채 교회 개혁 ‘큰 짐’
■ 베네딕토 16세의 과제
제 265대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의 앞길은 험난하다. 순항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11억 가톨릭 교도들의 정신적 지주인 그가 짐 져야 할 최대 과제로는 교회 개혁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그의 전임자인 요한 바오로 2세가 26년간의 재위기간에 숱한 업적을 쌓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일각에서는 강경보수 노선으로 교계 내부의 개혁의 목소리를 묵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바로 여기에 신임 교황이 씨름해야 할 첫 번째 과제가 담겨 있다.
선임자가 짜놓은 완고한 교리의 기본 틀을 유지하며 변화의 욕구를 수용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추기경 시절 바티칸 신앙교리성의 수장으로 보수파의 대두 역할을 담당했던 베네딕토 16세는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전통 교리의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으나 사제의 독신주의를 철폐하고 여성사제 서품을 허용하라는 현실적 요구에 무조건 귀를 닫을 수만도 없는 입장이다. 성직자 감소로 애를 먹는 상황에서 교계 내부에서 급속히 힘을 얻고 있는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어떤 식으로 건 매듭을 지어야 한다.
미국 가톨릭 교단을 뒤흔든 사제의 성추행 문제 역시 그를 기다리는 난제 중 하나다. 이로 인해 실추된 교단의 권위를 일으켜 세워야 할 무거운 짐이 그의 양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그뿐 아니다. 극심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기독교계와 이슬람 세계를 연결시킬 가교역할도 해야 한다. 에이즈 확산과 인구 폭발에 따른 콘돔 사용 허용 등 성에 관한 문제, 생명공학과 의학 발전에 수반된 윤리 문제에 대한 입장 정리 역시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교리 해석의 보수성에서 결코 요한 바오로 2세에 뒤지지 않는다는 베네딕토 16세가 이같은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요한 바오로 2세가 남긴 숙제는 베네딕토 16세를 건너뛴 채 차차기 교황의 몫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독일 관광객들이 성베드로 광장에서 국기를 흔들며 자국 출신 교황 탄생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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