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입국 약점이용 온종일 노동‘착취’
사기결혼 속아 미국행 “돈 내라”날벼락
“도와주겠다”접근 항의하면 “신고”협박
LA로 도망 일용직 생활 ‘불안한 나날’
‘커리어 우먼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로’
2003년 LA로 온 L모(44)씨. 대졸자인 L씨는 2001년 미국에 발을 내딛기 전만해도 한국의 중소기업에서 과장급인 주임으로 일한 성공한 싱글 미혼 여성이었다. 하지만 결혼 할 마음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순간, L씨의 삶은 커리어 우먼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로 탈바꿈했다.
곡절 많은 사연을 굽이굽이 돌아 온 때문일까. 한숨을 쉬며 길게 호흡을 내뿜은 L씨는 “사람들에게 저처럼 피해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며 어렵사리 입을 뗀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4년여 동안 L씨는 한국에서 캐나다를 거쳐 버지니아, 시카고, LA를 전전했다. 사기결혼에 속아 캐나다 밀입국을 감행한 L씨는 “너무 주변 사람 말만 믿었다”며 순진한 자신을 탓했다. 결혼을 약속한다던 이 남성은 L씨에게 “널 데려오는데 돈이 들었으니 돈을 내놓아라”고 윽박지르기까지 했다.
한 선교사의 도움으로 시카고로 옮긴 L씨에게 이 도시는 악몽, 그 자체였다.
선교사가 소개해 준 K모(45)씨는 도움은 커녕 L씨를 착취했다. 미용실 업주인 K씨는 L씨를 자신의 집에 데리고 있으며 가정부로, 얼굴마사지사로 노동을 시켰다. L씨는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밥을 짓고 청소하고 마사지 일을 하는 대가로 월 200달러를 받았다. L씨가 강제로 일을 시키는데 항의하자 K씨는 “당신 여기 나가면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한다”는 말로 협박해 L씨를 묶어뒀다.
악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도움을 주겠다던 손님인 동시통역사는 L씨를 이용, 다른 사람 대신 법정에 대리 출석을 시키기도 했다. L씨는 “말도 못 하지요. 길도 모르고 차도 없죠”라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각박한 인심은 이런 약점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L씨 주위에 들끓게 만들었다.
주의사람들의 도움으로 LA에 온 L씨는 일용직 일을 하며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비영리단체의 도움으로 T비자 신청을 눈 앞에 두고 있는 L씨는 “인신매매를 매춘과 동일시하지 말아주세요. 자신의 의사에 반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학대 당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자입니다”라며 따뜻한 눈길로 피해자를 바라봐 달라고 호소했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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