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민주평통 방북단이 북측 판문점을 방문해 판문각 앞에서 ‘독도는 우리땅’을 외치고 있다. 이는 북한당국이 독도에 관해 남과 같은 입장임을 강조하기 위해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가 일제시대에도 살아봤고 한국전쟁도 겪었지만 이토록 어려운 시절은 없었어”
북한의 한 할머니가 말했다는 이 시절은 ‘고난의 행군’ 시기를 지칭한다. 북한은 1980년대 후반부터 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속속 몰락하면서 물물교역에 의존하던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은데 이어 94년부터 시작된 기상이변으로 인한 잇단 흉작으로 식량난까지 겹쳐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북한은 그 고통을 끝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었으며 첨예한 대결국면을 보이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개선도 강력히 바라고 있었다.
‘조용한 개방’시작됐다
고려호텔에 미국인·유럽인 등‘북적’
북 인사 “식량·전기 부족” 인정
대동강변엔 사랑 속삭이는 청춘남녀
평양은 봄기운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이 서있는 회색빛 고층 아파트군과 곳곳에 세워져 있는 초대형 석조 건축물, 붉은색 선전문구들은 그동안 TV 등을 통해 수없이 본 탓인지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산한 도로위로 오래된 독일제와 일제 승용차들이 막힘 없이 달리고 있었고 이따금 현대 소나타도 눈에 띄었으며 퇴근시간인지 노후된 전차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특급호텔인 고려호텔에는 LA평통 방북단 외에 미국에서 온 한인들과 미국인, 그리고 유럽인들이 많았고 이들을 안내하는 북측 직원들이 이리 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것에서 외국인들의 왕래가 예상보다 활발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호텔직원들은 매우 친절하게 손님들을 대했지만 이따금 물건값을 치를 때마다 유로화로 책정된 것을 달러로 환산하고 가격을 얘기하면서 “열 두 달러(12달러) 입니다”라는 식의 낯선 단위 발음에 당황하기도 했다.
호텔 44층 스카이 라운지에서 바라본 시내 야경은 간간이 불빛만 보일 뿐 시 전역이 어둠속에 갇혀 있었다. 말로만 듣던 전력난의 심각성은 호텔을 빠져 나와 캄캄한 평양역 주변을 걸으면서 이를 더욱 실감했다. 또 평양을 벗어나 도로를 달리다 보면 대부분의 야산이 민둥산인 것에서 연료부족도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었지만 묘향산 등 주요 관광지의 울창한 산림과 맑은 물은 나름대로 자연보호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반증했다.
하지만 호텔 주변 식당들은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했으며 노래방 시설이 갖춰져 아리따운 여성 종업원들의 가수 뺨치는 노래솜씨는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또 호텔은 당초 알았던 것과 달리 미국과 전화와 팩스, 그리고 이메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다만 요금이 너무 비싼 것이 흠이었는데 북측 인사는 “미국이 직통라인을 차단, 중국을 우회하는 바람에 요금이 올라간 것”이라며 마치 외화를 벌기 위한 것으로 오해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북측 인사들의 개방된 자세였다.
그들은 북한의 전력난, 식량난 등 어려움에 대해 숨기려 하지 않았고 나름대로의 원인과 대책을 소상히 소개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현재의 어려움이 미국탓이란 점, 민족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중심으로 이를 극복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북측은 또 방문객들의 출입에 대해서도 제지하지 않았다. 때문에 일부 단원들은 밤시간에 30여분 정도 떨어진 대동강까지 걸어가기도 했으며 그 곳에서는 젊은 남녀들이 어둠속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들이 쉽게 발견됐다. 비록 빠르지는 않지만 북한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고 이를 거부하지도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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