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수룩했던 60년대와 70년대에 한국에서는 네다바이라는 범죄가 성행했다. 주로 시골에서 상경한 노인들이 범행 대상이었다. 범인은 돌덩이가 든 가방을 피해자에게 금덩이라고 속이면서 이것을 길에서 주웠는데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니 둘이서 나누어 갖자고 제안한다.
그리고는 잠깐 어디를 다녀와야 하는데 이 가방을 지켜달라고 부탁하면서 당신을 믿을 수 없으니 귀중품을 담보로 맡기라고 한다. 그리하여 시계나 금반지를 빼주면 그 물건을 가지고 자취를 감춘다. 피해자는 사라진 범인을 기다리다 못해 가방을 열어보고는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돌덩이 대신에 신문지로 만든 가짜 돈 다발이 범행에 사용되기도 했다.
지금은 이렇게 유치한 사기수법은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사기사건이 없어졌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고등 사기가 더욱 판을 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 사기이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을 해 보았겠지만 인터넷상에는 그럴 듯하게 선전해 놓고 장작 주문하면 엉뚱한 물건을 보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어떤 경우에는 돈만 빼먹고 물건을 보내지도 않으며 아무리 독촉해도 감감무소식인 경우가 허다하다. 아예 사후에 연락조차 안 되는 곳도 있다.
요즘은 인터넷 상거래와 은행 거래에서 이용된 신용정보를 도용하는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신용카드로 물건을 샀다는 청구서가 날아오는 지경이니 사기를 당해도 누구에게 당한 지조차 모르는 무차별 사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기와는 좀 다르지만 감언이설로 돈을 우려내는 것은 대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자동차 딜러에서 이야기를 건성으로 듣고 무조건 예라고 했다가는 가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장거리 전화회사를 바꾸라는 그럴듯한 권유에 따랐다가는 엄청난 액수의 요금청구서를 받을 수 있다.
어떤 작가가 ‘백만장자가 되는 비결’이라는 책을 써서 베스트 셀러가 되어 기자가 그 작가에게 “당신은 어떻게 백만장자가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바로 이 책을 써 백만장자가 되었다”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속임수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도 사기와 속임수 때문에 많은 피해를 겪고 있다. 한인사회에서는 계 파동으로 종종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그럴듯한 사업체를 굴리면서 주위 사람들의 신용을 얻은 뒤에 여러 개의 계를 조직하여 계돈을 챙긴 후 잠적하는 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했다. 이런 사건이 한 번 터질 때마다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곤 했다.
최근 뉴욕에서는 플러싱의 우리종합병원 파산사건으로 한인사회가 시끄럽다. 병원에 투자하여 이익을 나눈다는 취지로 투자가들이 투자를 했는데 원장이 많은 빚을 끌어들이고 병원 건물을 매각한 후 파산해 버렸다는 것이다.
흔히들 말하기를 ‘눈감으면 코 베어 가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멀쩡하게 눈을 뜨고 있어도 코를 베어 가는 세상이다. 네다바이에 당하는 어수룩한 시골 노인처럼 고등 사기꾼에게 속아넘어가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미국에서 살아가는 생활신조 1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기영/뉴욕지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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