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가 LA시장으로 당선되고 나서 칼럼, 사설이 봇물같이 쏟아지고 있다. 라티노 시대의 개막을 알린 세기적인 이벤트이니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의 주류로 부상하는 라티노 커뮤니티와 우리 한인 커뮤니티 사이의 화합과 결속을 위하여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냉정히 생각해 볼 때이다.
한인들이 LA시의 공직에 기용되어 한인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좋은 일이고, 두 커뮤니티의 화합을 위한 행사를 열어 저녁을 먹고 한국 무용과 태권도 시범을 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런 일들은 겉치레 이벤트로 끝나기 쉽다.
우리가 진실로 라티노 커뮤니티와의 화합을 원한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주위의 라티노들을 어떻게 대해왔는가 되돌아보아야 한다. 우리 자신도 별로 내세울 것이 없으면서 우리는 그들이 못 배우고 가진 것이 없다고 얼마나 무시하며 지내왔는지 생각해 보자. 우리가 가난했을 때를 생각하며 그들에게 따듯한 배려를 해 준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 가를 생각해 보자.
한인들은 그들로부터 스페인어를 한 두마디 배울 때 “꼬모 에스따?” ‘무쵸’ ‘아미고’란 말들을 가장 먼저 배우는데 어째서 라티노들은 가장 먼저 배우는 한국말이 ‘빨리, 빨리, “야, 이새끼야” “너 죽을래”일까? 어째서 한인 고용주들과 라티노 종업원들의 분쟁, 고발이 그렇게 많을까? 그들은 한인들이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산다고 존경할까, 부러워할까, 아니면 돈밖에 모르는 인간들이라고 경멸할까?
한인과 라티노가 한 직장에서 같이 일을 하게 된지는 아마 20년도 넘을 것이다. 과연 그 오랜 기간 우리는 서로 신뢰를 쌓아왔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또 얼마나 많은 상호간의 분쟁을 해결없이 묻어버려 불신과 증오의 싹을 키워 왔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라티노들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을 바꿀 때다.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최소한의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는 말을 배워야한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우리 모두 그들을 좀 더 따듯하게 대해주고, 그들에게 절대로 욕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바보가 아니다. 당신이 하는 욕을 가슴에 품고 지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번 시장 당선에 기여한 한인들에게 한마디 제언한다. 공직을 두고 서로 다투지 말고 다 같이 합심하여 한-라티노 분쟁조정실을 만들도록 권한다. 임금 문제로 생기는 분쟁은 그나마 노동상담소가 해결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으나, 일반인들 사이에 생기는 분쟁은 해결할 길이 없어 서로간의 불신과 증오를 키우는 온상 노릇을 해오고 있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 못하고, 의사 소통이 불가능하여 웃으며 끝낼 일이 분쟁으로 번진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이러한 악 감정이 쌓이는 것을 방치하면 언젠가는 폭발할 것이고, 만약에 폭발한다면, 상상하기도 싫지만, 그 위력은 4.29 폭동수준이 아닐 것이다.
현재로서 한인 시장이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라티노 커뮤니티 인구가 우리의 10배가 넘고 앞으로 그 차이는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같은 소수계이고 정서가 비슷한 라티노가 백인, 흑인보다는 우리와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겠다. 지금이 바로 우리가 그들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바꿀 때이며, 더 이상 미루면 안될 때이다.
마르띤 백/스페인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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