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기업들이 미국 각 도시에서 해외 인재 채용 박람회를 한다는 기사를 가끔 본다. 나와 같은 1.5세나 2세들 중에는 미국 기업 보다 한국 대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미국 기업에서는 인종차별이나 승진의 유리천장이 있을 수 있지만 한국계 기업에서는 자기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왜 현지 한인들을 채용하려고 하는가? 말이 통하고 문화적 동질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1.5세나 2세들은 미국인을 상대하는 일 등 본국 주재원들이 하기 어려운 일들을 쉽게 처리할 수 있고, 소위 애국애족 차원에서 한국기업을 돕고 싶어한다.
그런데도 한국 기업과 이곳 현지 직원들 사이에는 서로 마찰과 잡음이 심하다. 왜 그럴까?
최근 한국에서 온 명문대 경영학 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 기업 강의도 하고 국제경영 자문도 한다고 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는 자신의 관심분야가 한국기업의 현지 경영이고 특히 해외인력관리 라고 했다. 내가 한국 기업과 현지 고용인 사이에 마찰과 잡음이 심하다고 했더니 그 교수는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그러려면 (미주 한인이) 한국기업에 왜 와? 안 오면 되잖아? 고용해 줬더니 고마운 줄도 모르고…”
미주 한인들을 고용해줬더니 배은망덕 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나름대로 내 관점을 설명했다. 고용과 피고용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 졌을 때 이루어지는 거래가 아니냐, 고용주는 노동력과 기술이 필요했고 피고용자는 직장이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했다.
그 교수는 “싫으면 안 오면 되지 왜 와서 잔말이 많으냐”고 했고 나는 “그러면 본국 기업도 싫으면 고용 안 하면 그만이지 왜 오라고 해놓고 배은망덕하네, 건방지네 하는가. 교포인력이 싫으면 현지인 채용광고도 내지 말고 현지 인재 채용 박람회도 갖지 말고 외국인들만 고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응수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교포들을 도와주려고 했는데, 교포들은 우리를 배신하고 우리를 항상 이용해 먹으려고 한단 말이야”라고 덧붙였다.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일부 한인들의 기회주의적 행동이 없는 건 아니나 결국 그런 기회주의를 도운 것은 한국 기득권층이었다.
양측 갈등의 골이 이렇게 깊으니 안타깝다. 미주 한인들은 한국기업에 취업하지도 말고 한국기업은 교포를 채용하지도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양쪽이 모두 윈윈 할수 있도록 한국 기업도, 미주 한인들도 같이 고민을 해봐야겠다.
제이 김/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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