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수필가/교육가)
꽁꽁 언 땅이 녹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소식과 함께 더 반가운 소식이 있었는데 다름아닌 미국에서 자라나는 우리 자녀들의 연극 공연 소식이었다. 나이 서른살에다 두 살을 더한 이 지역 모든 한국학교의 맏형 격인 뉴욕한국학교에서 연극 ‘나무꾼과 선녀’를 공연한다는 것이었다.
이 연극 공연은 1998년 뉴욕한국학교가 개교 25주년 기념으로 공연했던 ‘심청 뉴욕에 오다’에 이어서 세번째의 공연이다.
한평생을 교육에 헌신하시고, 특히 이 미국땅에 처음으로 한국학교를 시작하여 우리 자녀들에게 모국어와 우리 문화, 그리고 민족의 얼을 심어주기 위해 온 정열을 다 바치고 계신 허병렬 교장선생님은 최근에 ‘아동연극’의 연구와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계시면서 ‘나무꾼과 선
녀’를 무대에 올려 놓으셨던 것이다.
2005년 5월 28일 오후 3시, 드디어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나무꾼과 선녀’의 공연장인 플러싱 타운홀에 들어섰다. 입구에서부터 낯익은 얼굴들, 뉴욕한국학교 선생님들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고 공연장 안에 들어가 보니 연출자이신 허병렬 교장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의 활기찬 공연장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막이 오르자 첫 장면, 나무꾼을 기다리는 어린이들이 먼저 등장하고 후에 나무꾼이 나타나서 함께 나무를 하다가 사냥꾼에게 쫓기는 아기 사슴을 숨겨주며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었다.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서툴기가 짝이 없는 우리 아이들의 우리말 구사 능력이었다. 그런데 조금도 어색하지 않는 대사에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고 있는 우리 출연자들의 모습에 새삼 콧날이 시큰해졌다.아이들이 입고 있는 옷들도 화려한 맞춤 옷이 아니고 학부모들이 비전문적인 서툰(?) 솜씨로 만든 옷이어서 오히려 친밀감을 느꼈다.
나무꾼을 태우고 하늘로 올라가는 말은 실제로 자전거에다가 말의 모습을 덧씌운 것이어서 그 아이디어가 매우 참신하였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허병렬 작사, 마용일 작곡의 10곡의 노래
가 연극 내용과 잘 조화를 이루면서 극 전체를 리드미칼하게 진행시켰고, 또한 사이 사이에 연출되는 연극 내용과 일치하는 무용들은 이 연극을 성공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렇다. 심성이 착한 나무꾼과 고운 선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이 연극으로 완성되어 무대에 오르기까지 우리 어린이들이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얼마나 진한 우리의 정서와 문화를 체득하였으며, 길지 않은 대화가 할지라도 그 대사 한 마디를 외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이 필요했던가. 그리고 그들이 실제로 체험했던 협동정신은 얼마나 귀한 것인가.
연극은 종합예술이라 이 연극을 이루어내기까지 대사, 노래, 춤, 무대장치 속에서 문학, 음악, 무용, 미술 등이 한데 어울려 하나의 종합예술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 예술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모든 출연자들은 온전히 하나가 되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자주 만났고 얼마나
친해졌을까는 물어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학교에서 한국말로 공연하는 이 어린이 연극이 한국문화 전수와 한국어 구사능력 향상에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한 것이다. 나는 연극 관람을 마치고 공연장을 떠나면서 마음속
으로 간절히 기원하였다.부디 이 연극이 많은 학교로 번지어서 특히 한국학교에 새롭게 어린이 연극의 붐이 크게 일어
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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