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의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한글을 배우고 있는 멕시코 한인 대학생들이 한인타운 숙소에서 한국일보를 읽으며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평가하고 있다. <신효섭 기자>
멕시코 메리다 지역 한인후손 20명 LA 방문
까무잡잡한 피부에 파란 눈, 새까만 고수머리.
11일 낮 LA국제공항에 도착한 멕시코 한인 3·4세들의 겉모습은 머리 속에 그렸던 것 보다 훨씬 이질적이었다.
스페인어로 대화하는 그들은 한인타운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라티노 청년들과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미주한인재단의 초청으로 LA를 방문한 멕시코 한인후손들이 우리와 같은 미주한인이라는 사실을 곱씹을 수 있었다.
이민3세인 멕시코 메리다 한인회 율리어스 박 회장은 “멕시코와 한국이 축구 경기를 할 때 친구들이 ‘어느 나라 편이냐’고 물으면 멕시코라고 대답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한국을 응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실 멕시코 한인들에게 한국과 한민족은 오랜 세월동안 잊혀진 단어였다.
100년 전 단 한차례 이민선이 유카탄에 도착한 뒤 추가이민이 중단되면서 자연스럽게 현지문화에 동화돼 단일혈통을 가진 후손도 찾아보기 힘들다.
코리안 멕시칸들이 자신들의 뿌리를 되돌아보게 된 데는 90년대에 재결성 된 메리다 한인회의 역할이 컸다.
2003년 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이번 방문단원 중 한글을 가장 잘하는 박한울씨는 “선조들이 근면한 덕분에 멕시코 사회에서 한인에 대한 인식이 좋아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한인회라는 구심점이 생기면서 뿌리의식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메리다 한인사회의 특징은 2·3세들은 한글을 전혀 못하지만 4세들 중에는 한글을 배우는 학생이 많다는 점. 5년 전 한인회에 한글학교가 생겼기 때문이다. 첫해에는 학생이 20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70여명의 학생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 이번에 초청된 대학생 12명도 모두 한글학교에 재학중인 대학생들이다.
한인 어머니와 중국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레이나 옹씨는 “올 3월 한글학교에 등록하면서부터 한인의 후손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며 “젊은 한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언어와 문화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LA 한인사회와 메리다 한인사회의 교류에 물꼬를 튼 이번 방문단은 18일까지 LA에 머물며 대한인국민회관 방문, 광복절 기념식 참석, 한인언론사 견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들의 뿌리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
미주한인재단 윤병욱 회장은 “100년 전 한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온 이민자의 후손인데 우리는 운 좋게 부자나라에서 태어나 풍요로움을 누리지만 멕시코 한인들의 상당수는 지금도 대부분 어렵게 살고 있다”며 “이 행사가 정례화 돼 앞으로는 한국과 멕시코, 쿠바 이민자가 함께 참여하는 진정한 미주이민사가 쓰여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독립기념관은 11일 멕시코 한인 이민 100주년을 맞아 현지조사를 통해 수집한 자료 16점을 공개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에네켄 농장에서 일하던 초기 이민자의 모습.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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