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묘한 기연이었다고나 할까
나는 2년 전 그러니까 2003년 7월20일 마침 샌프란시스코에 머물고 있었던 관계로 뉴욕, 애틀랜타, 워싱턴, LA등지를 들러서 마지막 공연을 하게 된 솔리스트 앙상블 연주를 그곳에서 들은 바 있고 그 감동을 신문지상에 기고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난 8월5일 밤 막내딸이 살고 있는 이곳 호놀룰루에서 광복60주년을 기념해 미주순회 공연을 마치고 귀국길에 마지막 공연을 하게 된 이 합창단의 연주를 또 다시 듣게 되었던 것이다.
휴식시간에 무대 뒤를 찾아간 나와 마주친 동아대학의 장익주 교수와 몇분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어찌된 일입니까”하고 묻기에 “나는 당신들을 따라다는 거요”라고 말하면서 한바탕 크게 웃어 넘겼다.
백발의 원로 베이스 오현명씨와 노장 신경욱씨 그리고 임정근, 최승원씨등 알만한 분들을 이국땅 호놀룰루 블레이스델 홀에서 만나게 되어 2년전의 감동과 겹쳐지면서 흥분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특히 이곳 하와이는 한국인 이민의 선착지이기도 할 뿐 아니라 마침 광복 60주년을 기념하게 되어 더더욱 그러했다.
창단 22년째를 맞은 이 합창단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한국 성악계의 내로라하는 솔리스트들의 집합에서 얻어지는 그 폭넓은 표현력이 아닐 수 없다.
내면적인 속삭임과도 같은 피아니시모로부터 화산의 폭발처럼 포효하는 포르티시모에 이르기까지 그 폭넓은 다이내믹스는 물론이고 진지함과 장중함, 상쾌하고 발랄함, 익살스러움, 간절한 염원 등 악곡이 갖는 정감을 극적으로 표현해 내는 역량이 놀라웠다.
물론 이것은 단원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우수한 음악성 외에도 지휘자의 용의주도한 프로그래밍과 단원들의 가슴속에 내재해 있는 모든 가능성을 자유롭게 통합해 내는 지휘자로서의 연금술을 빼놓을 수가 없다.
특히 2,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홀에서 ‘조국찬가’가 울려 퍼졌을 때 만장한 청중들은 너도나도 일시에 기립하여 손이 터져라 박수를 치는 광경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같은 음악을 들었던 두 딸아이와 아내도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은 이 가곡이 주는 감동 때문인가 아니면 조국이라는 무형의 실체가 주는 감동 때문인가. 물론 딱히 이 둘을 갈라서 논할 수도 없고 또 그렇게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이번 연주회가 지난번 샌프란시스코 연주회와 다소 달랐던 것은 100여명의 ‘하와이 여성합창단’이 하와이 무무를 입고 나와 열창했고 마지막에는 솔리스트앙상블과 더불어 ‘알로하 오에’를 합창하여 정겨운 우의를 다진 점이다. 이와 더불어 호놀룰루 시장이 능숙한 가창력으로 특별 출연해 한미우호증진의 훈훈한 무대가 되었다는 점이다.
끝으로 이와 같은 감동적인 음악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애쓴 한국일보와 라디오 서울 관계자 여러분들의 노고에 대해서도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점도 참기해 두고 싶다.
제갈 삼
전부산대 음악과교수
부산원로음악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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