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시간이 주는 지혜에 의존하기엔 지금 우리사회가 너무나 역동적이라는 것이 하나며, 우리도 이제 선례없는 미래를 스스로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 다른 하나다.
우리 교육도 그 한 가운데에 있다. 그러나 지금, 미래세대들의 ‘교실’은 부정과 불신, 교단의 자괴감에 흔들리고 있다. 기술이나 지식, 가치와 선호의 변화는 기존 제도들과 사회적 구성(social construction) 과정을 거쳐, 다시 공동체의 새로운 제도적 삶의 양식을 형성한다. 이것을 ‘거버넌스’의 전환으로 본다면 ‘교실’은 그 전환의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거창한 이념과 명분이 갈등하는 사이 교단앞엔 감시의 제도들만 누더기처럼 늘어나고 있으며, 존경과 보살핌의 언어가 줄어만 가고 있다. 앞선 세대들의 ‘지혜’는 이미 의심받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열정도 가늘다.
혼잡스런 밥상에 급작스럽게(?) 수저하나 더 놓는것 같아 필자의 ‘교실’을 지면에서 나마 상상해 본다.
‘강요받은 존경’과 ‘받지 못한 존중’ 탓에 유교적 거버넌스는 해체되고 있지만 사람에 대한 무한한 신뢰문화마저 우리 교육에서 잃을 순 없다. 차이와 평등, 경쟁과 협력 그리고 수월성과 인간화 교육이 우리 신뢰문화와 공존하는 길은 무엇인가.
역설적이지만, 불신을 작고 강하게 제도화하는 것으로 ‘교실의 신뢰’를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
예컨데, 내신 주요 과목의 평가를 교실 밖으로 넘겨 보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경쟁의 광역화를 통해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교실로 부터 학생들을 해방시키고, 협력속의 경쟁이라는 지혜를 발견케 해야 한다.
각종 경시대회 형태든, 공공기관 또는 지역 교사들의 공동출제형식이든, 학생은 선택하고 교사는 기록하면 된다.
이제 교사는 ‘교실 밖 경쟁’의 지휘자이며, 동시에 ‘교실 안 학습과 생활’의 스승이자 권위있는 평가자이다. 지배가 사라지지만 지위는 존중되고, 권력은 사라지지만 권위는 되살아난다.
지식을 교육하고 학생과의 관계도 공급한다. 교단에 자괴감을 주는 평가와 감시의 누더기 제도들도 더 이상 필요치 않다. ‘지식’과 ‘관계’ 에 대한 교사의 능력은 자연히 드러날테니 말이다. 학교가 주는 주눅에서 벗어난 학부모는 진정한 참여와 자발적인 봉사의 한 주체로 설 수 있다. 학교와 가정은 교육의 평등한 파트너가 된다.
이제부턴 대학의 몫이다. 교사의 기록을 보고 대학은 다양한 시각과 철학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면 된다. 이젠 입시를 점령하려는 학부모의 ‘극성’을 대학은 권위로 맞서야 한다. 객관성의 강박에 갖혀 변별력 타령만 하거나 소숫점이하 몇째 자리까지로 자꾸 ‘차이없는 서열’ 만을 만드는 일로는 그 권위가 안선다.
합격할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는 사회적 관용의 수준을 넓히는 일과 학벌사회가 가진 ‘마음속의 계층제’를 없애는 일은 그래서 고스란히 대학의 임무이다. 가르치는 것으로 경쟁하면 그게 바로 상향평준화일게다.
신뢰의 ‘위험사회’(risk society)에서는 작고 강한 ‘불신의 제도화’와 넓고 깊은 ‘사람간의 관계’가 결국 지속가능한 거버넌스의 맥락이다.
제도가 붕괴되자 ‘약탈사회’(predatory society)로 돌변한 뉴올리언즈는 ‘신뢰와 관계’의 가치를 새삼 일깨워주는 사례다.
신뢰와 보살핌이 살아있는 우리사회의 따뜻한 정 문화는 우리의 교실에서 계속 자라나 지구촌의 대안적인 미래로 남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감당치 못해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잊혀진다면 정말 슬프지 않겠는가.
장 성희,
UH 미래학센터 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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