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과 생각
▶ 백 순/연방노동부 선임경제학자
폭풍 전: 걸프만의 훈풍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 낮이나 밤이나 언제나 훈훈하게 불어오는 프랑스 풍의 도시 뉴올리언스는 현대문명의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채 모든 사람들에게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관광의 대망지이다. 화려한 옷과 맛있는 음식의 맛 향기가 풍기는 뉴올리언스 다운타운의 거리에 현대풍이 섞인 재즈의 신들린 음률이 찬란한 거리의 등불아래 거니는 뭇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폭풍: 그런데 어인 일인고 사람과 집채와 야자수들을 송두리째 날려보내는 강한 비바람을 실은 카트리나 허리케인이 걸프만에 감돌던 훈풍을 모든 것을 부숴 버리는 폭풍우로 바꾸어 아름다운 환상의 도시,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으니 걸프만의 바닷물을 막았던 방파제 뚝은 무너지고, 하루노동으로 살아가는 게토의 어린아이들, 부녀자들, 넘쳐오는 물난리로 지붕 위에 올라가 구호의 통곡을 외쳐 보지만.
파괴된 뉴올리언스: 아름다운 프렌치 쿼터, 화려한 건물들, 번화했던 거리의 가게들, 영세민들의 가옥들, 찝질한 소금물에 잠겨, 순식간에 뉴올리언스는 바닷물로 덮인 도시로 사라졌다. 가게들은 파괴되고, 집들은 물에 잠기고, 흐드러지게 울려 퍼지던 재즈의 음률은 강한 바람소리에 흡수되고, 프렌치 쿼터를 아름답게 수놓았던 불빛은 번개로 끊어지고, 아름다운 도시 뉴올리언스는 카트리나와 함께 역사의 뒤 안 골목길로 자취를 감추었다.
구호작업: 대통령이며, 주지사며, 시장이며, 군수며, 모두 소매를 걷어붙이고 재난구호의 격려를 열심히 외치고 있다. 군인들, 방위병들, 적십자사람들, 자원봉사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와 빵을 건네주며, 물병을 나누어주며, 옷가지를 배포해 주고 있다. 구호자들과 재난피해자들의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 구호자들은 미소를 던져 주었고, 재난피해자들은 눈물을 머금었다
사람들: 수퍼 돔으로, 텍사스 주로, 워싱턴 DC 아모리로 피신한 피난민들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미국전역을 울리는 듯,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고, 보금자리인 집이 물에 잠기었고, 일생의 노력으로 가꾸어 놓은 가게가 하루사이에 사라져 버린 사람들의 침통한 얼굴, 얼굴들. 이제는 허리케인이 다 지나가 버린 여파로 남아 있는 검은 구름사이로 나타나는 파란 초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의 도움을 기도하고 있을 뿐.
구호: 헬리콥터로 물 속에 잠긴 지붕 위에서 노인을 구출하고, 타주로 피난한 피해자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과 거주할 곳이 베풀 지고, 학교마저 마련해 주는 거국적 구호작전이 시작되었다. 시, 카운티, 주정부, 연방정부는 뉴올리언스의 새로운 도시건설을 위해 아름다운 청사진을 계획하고 있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미국전국의 모든 시민들은 카트리나 피해의 복구를 위해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모으고 있다.
마지막: 카트리나 허리케인이 들이닥치기 전 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새로운 프렌치 쿼터, 새로운 거리, 새로운 가게, 새로운 주택들이 건설되는 날 새로운 뉴올리언스, 새로운 꿈, 새로운 희망, 새로운 비전, 새로운 일자리, 이것이 바로 카트리나 허리케인이 남기고 간 ‘고난 속에서의 축복’이라고 ….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에게, 감사해야지.
백 순/연방노동부 선임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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