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수 마치고 방송 복귀…겸손함·자유 배워왔어요
입사 이래 언제나 자신의 이름 앞에 ‘KBS 간판 아나운서’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던 황수경(34) 아나운서가 1년여 간의 미국 연수를 마치고 이달 초 방송에 복귀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인근 한 식당에서 황 아나운서를 만났다. 그가 MC를 맡고 있는 KBS 1TV ‘낭독의 발견’ 제작진이 ‘낭독 배틀(battle)’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도입해 선보인다며 마련한 자리였다.
황 아나운서는 지난해 7월 부산지검 공안부 검사인 남편의 뉴욕 파견 근무와 함께 유학을 떠나 같은 해 8월부터 미국 컬럼비아대학 부설 동아시아연구소에서 1년동안 방송연수 과정을 밟았다.
그는 1년여 간의 미국 생활을 ‘치열함’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남편은 파견 근무가 일찍 끝나 먼저 귀국했어요. 저는 네살배기 아들을 돌봐가며 7개월 동안 미국에 남아 공부를 했습니다. 그는 아이를 오전 8시에 학교에 맡기고 오후 6시에 데리러 가는 생활을 7개월간 반복했다고 했다.
베이비시터(baby sitter) 없이 살았습니다. 문화 쪽에 관심이 많아 저녁에는 주로 공연 관람과 박물관 견학 등을 했는데 불편한 점이 많았어요. 아이를 업고 박물관에 가는 것은 예사였고 학교 행사나 수업에도 양해를 얻어 아이를 데리고 다녔지요. 그는 아이가 박물관 바닥에 오줌을 싸서 당황하며 걸레질을 한 적이 한두 번이아니다라며 웃었다.
황 아나운서는 미국 연수 기간을 ‘귀한 1년’이라고 표현하며 아나운서는 주로 주어지는 일을 하는데 미국 생활은 내 의지로 일을 찾아가며 보낸 시간이라 의미 있었다고 자평했다.
혹시 방송을 쉬는 동안 불안함은 없었을까? 황 아나운서는 1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방송을 쉰다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라면서 그래도 손톱만큼이라도 새로운 것을 채워넣어야 한다는 욕구가 목까지 차올라 떠난 연수였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말했다.
그는 미국 연수를 통해 겸손함과 자유를 얻어온 듯했다.
10년 넘게 방송을 하면서 제 나름대로는 ‘프로’라고 생각했어요. 운 좋게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프로그램도 많이 맡았구요. 그런데 미국에 가 보니까 제가 오만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는 내가 없어도 잘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가 없어서 안 되는 자리는 없구나’ 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털어놓았다.
황 아나운서는 내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도 말했다. 본인의 의지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살고 싶단다.
현재 ‘낭독의 발견’과 더불어 1TV ‘신화창조’와 2TV ‘놀라운 아시아’를 진행 중인 그는 사람들의 진실을 이끌어내는 진행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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