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하와이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가 있다면 누가 뭐래도 ‘한류(韓流)’를 꼽을 수 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한류 열풍은 미국의 관문이자 세계적 관광명소인 이 곳 하와이에 안착하면서 세계 각지로 뻗어나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아시아계 주민들이 많은 하와이에서 한국 드라마는 아시안들의 원초적 정서를 잘 대변하면서 그들의 감성을 자극해 커다란 공감과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하와이의 한류는 일본, 동남아의 한류와는 태생부터 사뭇 다르다.
하와이의 한류는 20여년간에 걸친 KBFD-TV의 영어자막 제공과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흘린 뜻 있는 몇몇 한인 인사들의 땀방울이 비로소 결실을 맺어 한류 열풍이라는 커다란 태풍으로 자란 것이다.
이런 탓에 하와이 한류는 단지 한국 드라마의 시청률 증가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인 업계와 한국산 제품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면서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또 주류사회에 대한 한인사회의 이미지를 한 단계 격상시킨 것은 물론 한국의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한류 열풍이 지금처럼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 생쥐를 뽑는 것처럼 다들 이구동성으로 한류 열풍을 유지시켜야 한다며 그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청사진은 아직 마련된 것이 없어 보인다.
한류의 최대 수혜자로서 자부심과 긍지만 생각할 뿐 어떻게 한류 열풍을 지속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꽃을 피우기는 힘들어도 꽃이 지는 것은 찰나이다. 올바른 문화정책과 한류 체험상품이 적절한 시기에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한류 열풍은 말 그대로 바람처럼 한 순간에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류의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국 문화와 전통에 대한 동포사회의 이해와 관심은 점점 시들어지고 옅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단적인 예가 지난 18일 알라모아나 공원 맥코이 파빌리온에서 열린 한인 농악단 11주년 창립기념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 한인들은 서너명 밖에 참석하지 않았다.
열악한 여건속에서 각종 로컬행사에 참석해 한국문화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알리는데 앞장서 온 농악단의 전통 보존 열정을 한인사회는 차갑게 외면했다.
K드라마 팬클럽으로 상징되는 한류 열풍이 각종 공연장과 행사장에서 보여준 참여 열기와 극히 대조적이었다.
한국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으나 제대로 된 한국어 교육시설은 전무한 상태이고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한국문화 강좌도 없는 게 현실이다.
또 한류 열풍을 틈탄 얄팍한 상혼도 앞으로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인기 연예인과 드라마에 의존한 한류 열풍은 그 발전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한류 열풍을 진정한 한국 사랑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적인 것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유발시킬 수 있는 포괄적인 전략이 기획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하와이 한인 동포사회의 뜨거운 조국애가 밑바탕 되어야 할 것이다.
정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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