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 새해 첫 머릿기사를 무엇으로 올릴까...
동네신문 짠밥 10년 세월이 넘었지만 매년 연말연시 이맘때가 되면 뭔가 상큼한 읽을거리를 찾아내기 위해 본보 편집국 기자들은 뒷골이 뻐근해진다.
그런데 병술년 시무식과 더불어 장식한 본보 5일자 머릿기사는 오랜만에 기자들의 성에 차는 따뜻한 내용으로 작성되어 신년벽두 멋진 기사 찾기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렸다.
‘한인사회 진정한 원로’ 이동진목사의 국민훈장 목련장 수상소식을 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향원익청(香遠益淸:향기는 멀리 풍기며 빛깔이 맑은)의 삶으로 우리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는 이 목사의 목련장 수상은 분명 새해 하와이 한인사회의 경사다.
1915년 7월3일생으로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그리고 일본어에 능통한 지구촌 시민으로서 90여년 세월을 살아오고 있는 이 목사의 삶은 국경과 민족을 초월해 창조주의 피조물로서 21세기를 살아갈 우리들에게 ‘사랑 실천의 삶’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이 목사는 1952년 1월21일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에 부임하여 10년을 목회한 후 킬로하나 감리교회, 파커 감리교회, 얼더스 게이트 감리교회에서 목회하고 1982년에 은퇴했다.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에 부임하기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아메리칸 인디언들을 위해 목회를 했고 한국인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나라 목회자도 이 목사처럼 아메리칸 인디언, 서양인, 한국인, 일본인, 필리핀인, 사모안등 여섯민족 목회를 인도한 목회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목사는 지난해 한인 이민역사와 그 궤를 같이하는 그리스도 연합감리교회에 자신의 이름을 딴 ‘이동진 목사 장학기금’ 8만달러를 봉헌하고 올해부터 장학생을 선발해 목회자를 양성한다.
언제나 해 맑은 미소로 보는 이들에게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지닌 기독인’의 귀감이 되고 있는 이 목사는 한 남성으로서도 그 멋을 유감없이 발한다.
젊어서 조강지처와 사별한 아픔을 가슴에 묻고 재혼한 이 목사는 부인 사라여사와 반세기가 넘도록 아름다운 가정생활을 꾸려가며 재혼과 더불어 내 아이와 입양아를 함께 키우는 가정의 가장으로서도 우리들에게 삶의 모범답안을 보여준다.
이 목사의 한 지인은 “목사님은 재혼한 부인의 전 시어머니의 마지막 노후도 직접 돌보며 사랑을 실천한 분”이라며 “지금은 아흔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제 더 이상 남편을 알아보지 못하는 부인의 뒷바라지에 온 정성을 다하고 있다”고 전한다.
올해 하와이 한인 이민 103년,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이 목사와 같은 진정한 원로들이 있어 우리 한인사회는 그래도 어제보다는 전진하는 커뮤니티를 꾸려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원로목사가 국민훈장을 받던 날 총영사관 후정은 솔직히 기자가 상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조금은 삭막하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하와이 한인교계의 축제의 장으로 시끌벅적할 것이라며 주차고민을 하고 팔리 공관으로 달려갔던 기자는 웬걸... 그 많은 하와이 한인교회 목회자들과 교인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가족과 공관 관계자들을 제외하고 나면 채 30명도 되지않는 축하객속에 원로목사의 훈장전수식은 조촐하게 끝났다.
이 목사의 훈장 수상의 의의를 제대로 홍보하지 못한 동네신문 기자로서의 역부족을 새삼 한탄하며 뒤늦게나마 이동진 원로목사의 ‘향원익청의 삶’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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