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호주에서는 겁도 없고 잠도 없는 꼬마 남매가 이른 새벽에 벌인 모험으로 가족과 경찰이 모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호주 신문들에 따르면 시드니 서부 그랜빌 지역에 사는 이브라힘(4)과 여동생 이에사(3)는 11일 이른 새벽 단순히 동네 놀이터에 가서 놀고 싶다는 생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집을 빠져 나왔다.
시간은 새벽 4시 30분이었고 엄마는 아직도 꿀 같은 새벽잠에 취해 있었다.
용감한 어린 남매는 평소대로 놀이터를 향해 걷기 시작했으나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 접어드는 바람에 길을 잃고 말았다.
길을 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른 새벽에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꼬마들이 길거리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자동차 차를 타고 지나다가 본 한 주민은 무조건 차를 세우고 이들을 자동차 안으로 끌어당겼다.
이에사는 아직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이브라힘도 겨우 자기 이름을 말할 수 있는 정도여서 이들이 어디에 살고 있고, 왜 이른 새벽에 길거리에 나왔는지는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아이들의 집을 찾아줄 엄두가 나지 않은 이 주민은 인근 그랜빌 경찰서로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아이들의 집에서 불과 600m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이른 새벽에 의사소통도 되지 않는 어린 남매를 떠맡은 경찰은 그 때부터 아이들의 부모를 찾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몇 명의 경찰관들은 돌아가며 아이들과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기도 하고 샌드위치도 주면서 울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만 했다. 유치원 선생이 되지 않으면 안 됐던 것이다.
한편 두 아이의 엄마인 사나는 평소처럼 아침 6시30분에 잠을 깬 뒤 아이들이 집에서 사라진 것을 알고는 기겁을 했다.
아이들의 방에 들어갔다 자리가 비어있는 것을 확인한 사나는 집 안팎 여기저기를 다 찾아보았으나 아이들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외국에 출장 나간 남편과 아이들의 얼굴이 눈앞을 가리며 그녀는 그 자리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를 악물고 밖으로 뛰쳐나가 이웃집의 문도 두드리고 이른 아침 운동을 하느라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도 붙잡고 혹시 아이들을 못 보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모든 게 허사였다.
정신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온 그녀에게 뜻밖에도 반가운 소식을 전해준 것은 아이들이 나가는 유아원이었다. 텔레비전 아침 뉴스에 아이들이 나왔으며 지금 경찰서에 있다는 전화 연락이었다.
사나는 전화기를 집어던지듯 내려놓고는 경찰서를 향해 죽어라 뛰었다. 숨을 헐떡이며 경찰서로 들어선 사나의 눈에 경찰관들과 장난감을 가지고 유아원에서처럼 재미있게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들어온 것은 아침 8시쯤이었다.
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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