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어바인 시의회는 매년 1월13일을 미주 한인의 날로 기념한다고 선포했다. 2004년 1월 캘리포니아 주의회와 LA 시의회가, 2005년 12월에는 연방 의회가 미주 한인의 날(Korean American Day)을 제정한 데 이어 오렌지카운티에서는 어바인 시가 처음으로 미주 한인의 날을 제정했다.
1903년 1월13일 102명의 선조들이 하와이에 도착한 후 103년 동안, 피와 땀과 눈물의 세월을 겪으며 우리 동포가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열심히 한국계 미국시민으로 살아온 공로를 지금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다민족 다문화가 함께 어울려 살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 미주 한인들의 위상과 현 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한인들이 미주 한인의 날 제정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구체적으로 그 날이 무슨 날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한마디로 코리안 아메리칸의 정신을 살리고 뿌리를 내리는 날이라고 말하고 싶다.
미국에서 태어난 우리의 2세들은 영어로 잠꼬대를 하고 동네 미국 친구들과 어울려 자라면서 자기 자신이 미국인으로 알고 성장한다. 그러다가 대학에 가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이 백인이나 흑인 같은 미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미주 한인의 날은 우리의 2세들에게 뿌리를 확실히 해주고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자긍심을 갖고 자라도록 정신적 토양을 다지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이 중요한 기념일을 어떻게 가꾸어 나가느냐는 우리 미주 동포 모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2세, 3세 그리고 그 후손들의 새로운 100년을 위해 씨를 뿌리는 과정에 우리 모두가 동참하는 것이다.
올해 제3회 미주한인의 날에는 많은 단체·기관이 참여해서 이 기념일의 의미를 더욱 발전 승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였다. 아울러 이번에 연방 차원의 미주한인의 날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1.5세, 2세의 젊은 일꾼들을 다수 발굴한 것은 한인사회로서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1세들은 아이디어와 재원을 제공하고, 1.5세와 2세들은 열심히 뛰어 일을 성사시키는 모습을 보며 한인사회의 밝은 미래를 자신할 수 있었다.
미주 한인의 날을 통해 우리 민족을 내세우는 것보다는 우리의 아름답고 훌륭한 예술, 정신 문화를 홍보한다면 주류사회로부터 더 많은 참여와 환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인사회를 알리는 데는 문화만큼 유용한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아이리시의 날 즉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가 아일랜드 민족의 문화 행사로 발전된 것이 좋은 예이다.
명심할 것은 매년 1월13일은 코리안의 날이 아니고 코리안 아메리칸의 날이라는 사실이다. 몸은 미국에 살면서 우리의 마음과 관심은 너무 한국에 가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우리가 이곳 미국에 살면서 훌륭하고 성실한 한국계 미국 시민으로 살아나갈 때 우리 자손들의 정체성은 더욱 뚜렷하게 되고 미국사회가 필요로 하는 시민으로 뿌리 내릴 수 있을 것이다.
1월13일 하루뿐이 아니라 매일 매일을 미주 한인의 날로 승화시켜 우리 ‘끼리끼리’에서 벗어나 이웃의 타민족 형제들과 우리 고유의 따뜻한 정을 나눌 때 우리는 미국 사회에서 행복하고 존경받는 미주한인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고석화
남가주 미주한인재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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