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워싱턴에 도착한 1984년 한인인구는 약 3만 명 정도로 추산됐다. 유동인구가 많은 것이 이민자다. 지금 15만 하는데 정확한 숫자는 계산키 어려울 것이다. 1960년대 말 이민유입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되었다. 우리나라에 배정된 이민 쿼타를 우리는 거의 다 채워왔다. 이 미국 땅에 매년 2만 명 곱하기 37년 하면 74만 여명이 순수 이민자 숫자가 된다. 미국은 지난 30여 년간 지구 위 200여개 모든 나라에서 이민자를 받아왔다. 과거 미 합중국, 즉 50개 주에서 이제 세계 합족국(United Tribes of America)의 나라가 돼버렸다. 각설하고 지난 번에 이은 얘기다.
4명의 생산기획자(Planner)들이 사장, 담당 부서장이 모인 자리에서 자기 프로젝트의 지난 주 계획량과 실적보고(수출)를 한다. 계획과 실행에 차이가 있을 때 왜(Why) 그렇게 됐는지 문제점을 상의하는 것이다.
내 프로젝트에 ‘Interdata 100’ 제품이 있었다. 나는 순간 ‘인터데이타 백’이라고 발음했다. 미국 부사장이 “What?” 하고 나를 바라봤다. 내 동료는 ‘Sell 800’이란 제품 때 당황하여 ‘셀 팔백’이라며 영어 반, 한국어 반씩 발음했다. 모두 웃어버렸다.
1960년대 중반 고 장기영 경제부총리가 우리 나라 경제부흥을 위해 외자투자유치법안을 국회에 제출, 통과되었다. 이때 구로공단, 창원공단이 탄생했다. 서울 부근에 미국 자회사인 모토로라, 시그네틱스, 훼어차일드, 콘트롤 데이터 회사가 큰 회사이고 모두 전자부품조립회사였다. 미국 본사는 한국 여성의 고학력과 섬세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인한 높은 생산성과 저렴한 임금 때문에 생산성 높고 이익이 남으니까 한국 땅에 투자한 것이고, 정부의 세제혜택(법인세 삭감 등)도 국내 유치에 한 몫 했던 것이다. 현재 모토로라 회사만 광장동에 있고 다른 3사는 도시산업 노조운동 때문에 다 문닫고 동남아지역으로 이전해버렸다.
나는 민족주의자라고 생각한다. 30년 전과 똑 같은 지구인데 세계는 일일생활권에서 반나절 여행권으로 좁아졌다. 가까워진 만큼 국가나 민족간의 경쟁은 치열해져가고 있다. 소위 정글의 법칙이다. 강대국이 되려면 저렴한 노동력으로 좋은 제품 만들고, 저가로 판매하여, 세계 화폐기준인 미국 달러를 많이 보유하여야 되는 것이 필수조건이 되어버렸다.
서울 대림동에 있던 훼어차일드 코리아는 노조 때문에 1970년대 말 문을 닫자 삼성그룹이 매입했다. 그때 삼성의 출근시간은 8시 반이었다. 어릴 때 어른들은 아침 일찍 2시간 농사일은 오후 반나절보다 능률이 높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앞서 말한 외국 4사는 모두 아침 7시 업무 시작, 오후 4시 끝이었다. 훼어차일드를 인수한 삼성은 모든 실험기기, 전자부품 일체를 매입하였고 중요 인원인 기술자 등을 그대로 계속 채용했다. 그들이 두고 간 각종 전자부품, 설계, 실험장비와 경영 노하우는 삼성전자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직접 들었다. 또 삼성의 무노조 정책도 세계 일류기업 진입에 일조 했으리라 짐작한다.
나는 경영학에서 단점이 없고 장점만 있는 원칙(이론)은 없다고 배웠다. 계속 살아남아 일자리를 주는 기업이 성공한 회사라고 나는 과거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계속>
정상대 <훼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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