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은 악보다는 선을 사랑한다. 또한 민중은 고된 일을 성취하기보다는 손쉬운 쾌락을 추구한다. 그래서 복잡한 사회 시스템을 이해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소수의 위정자들이 마련한 정치, 경제과정을 신중한 고려없이 따라가려는 경향이 있다. 물질적 만족이 어느 정도 해결되는 한 민중은 어떠한 사회적 격변보다는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배고픈 자유인보다 배부른 노예생활을 기꺼이 선택하는 모순으로 이어진다.
지난 얼마동안 한국의 각 정당들은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느라 바쁜 시간들을 보냈다. 열린우리당은 유재건 당의장 체제, 그리고 한나라당은 이재오 원내대표 체제가 출범하였다. 한국 유일의 진보정당 민주노동당에서는 당대표 경선이 남아있긴 하지만 사무총장과 정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에 다수의 민족주의 계열의 후보들이 당선되었다. 당 표심은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그리고 부유세 등 사회적 안정을 추구하는 후보들보다는 통일을 먼저 생각하는 민족주의를 선택하는 아이러니를 보였다.
민노당은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17대 총선에서 한국 정치지형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며 출범한 진보정당이다. 노동자들의 희망이었던 진보정당에서 이같이 우파적 민족주의가 우세를 점하게 된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이 있을 것이다.
첫째, 19세기 이후 확대되어 온 민족주의가 아직도 그 전성기에 있다. 다윈의 적자생존 이론과 스펜서의 사회학 연구로 이어지는 이론적 바탕으로 영향력을 확대하여 온 민족주의는 자본주의의 지원에 힘입어 그 절정에 달하고 있다.
둘째, 역설적이지만 민주주의의 확대이다. 과거 소수의 귀족들이 독점하던 정치에 민주주의가 확대됨에 따라 대다수 민중들의 정치 참여기회가 확대되었다. 일반인들의 정치참여 확대는 포퓰리즘이 정치에서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그리고 민족주의 세력과 포퓰리즘의 결합이 민노당 지도부 장악의 한 원인이 되었다.
셋째 요인은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교육이다. 지난 황우석 박사 사태에서 우리가 벌써 경험하였다시피 부정확하고 불충분한 정보는 대다수 민중들을 민족 제일주의로 인도하였다. 국가는 생산에 필요한 교육만을 제공하였을 뿐이며 정치참여에 필요한 충분한 철학을 제공하질 않았다. 정치참여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다 보니 민중들은 특정세력의 그럴듯한 감언에 현혹되어 오히려 민중의 이익과 상반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정보는 그릇된 포퓰리즘으로 이어진다. 포퓰리즘과 연결된 민족주의는 정책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보다는 주위 사람들의 의견에 의존하는 추수주의로 이어진다. 그 결과 민노당 최고위원 다수에 민족주의자들이 당선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이 같은 민중 내부의 모순과 정치에서의 모순을 파악하고 그 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김일선
글렌데일 통합교육구 근무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