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 설움 ‘웃음’으로 터치다운
슈퍼볼 MVP 워드 성공스토리
아시안계 소수민족 가정에서 자라난 혼혈 선수가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 미식축구에서 최고 자리에 올랐다.
제40회 전미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수퍼볼에서 MVP로 선정된 하인즈 워드(30ㆍ피츠버그 스틸러스)의 성공스토리는 아메리칸 드림 그 자체다.
워드는 1976년 3월8일 서울에서 주한미군이던 흑인 아버지 하인즈 워드 시니어와 한국인 어머니 김영희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워드는 두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뒤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자식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며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김씨는 시간당 4달러25센트의 최저임금을 받으며 접시닦이, 호텔 청소부, 식료품 가게 점원 등 하루에 세 가지 일을 하면서도 워드가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했다. 워드가 오른팔에‘하인스 워드’라고 한글로 새겨넣을 정도로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도 김씨의 사랑에서 비롯됐다.
워드의 운동신경은 타고 났다. 조지아주 파크 고등학교 미식 축구부에서 쿼터백으로 이름을 날린 워드는 러닝과 리시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미국의 권위 있는 전국지 USA 투데이가 선정한 ‘올 더 아메리카 팀’ 쿼터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풋볼 랭킹 1, 2위를 다투던 테네시대와 플로리다대는 물론 네브라스카대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어머니를 혼자 둘 수 없어 가까운 조지아대에 진학했다.
이 결정은 몇 년간 워드를 힘겹게 만들었다. 워드는 타고난 운동신경 덕에 본업인 쿼터백은 물론, 와이드리시버, 러닝백 등을 옮겨 다니며 NCAA 사상 처음으로 패싱과 러닝, 리시브 합계 1000야드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프로구단 관계자들의 눈에는 전문 분야가 없는 보통 선수로 보였다. 그 결과 대학입학 시절 어깨를 나란히 했던 테네시대의 패이튼 매닝(30ㆍ인디애나폴리스)이 드래프트 1번에 오르는 사이, 워드는 3라운드로 밀려 겨우 피츠버그 스틸러스에 입단했다.
입단 후에도 피츠버그가 드래프트 상위권에서 와이드리시버 요원을 영입하는 바람에 워드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다. 하지만 워드에게는 ‘웃음’이 있었다. 워드의 몸에는 미키 마우스 문신이 있다. 미키 마우스처럼 항상 웃고 살자는 스스로의 다짐이었고, 어느 새 그의 별명은 ‘스마일맨’이 됐다. 낙천적인 성격은 오늘날의 워드를 있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훈련을 해온 워드는 마침내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01년 리시브 1,003야드를 돌파하며 주전으로 일어선 워드는 4년 연속 1,000야드 이상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열었다. 아울러 4년 연속 올스타전 격인 ‘프로볼’에 출전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일궜다. 올시즌 975야드로 1,000야드 돌파에 실패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고비마다 터치다운을 잡아내며 팀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오는 4월 어머니의 나라 한국을 방문하는 워드는 어머니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하인스 워드(왼쪽)가 6일 디트로이트에서 벌어진 슈퍼볼 4쿼터에서 승리에 쐐기를 박는 터치다운을 성공시키고 있다. /디트로이트(미 미시간주) 로이터 AP=연합뉴스
장치혁 기자 jang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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