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시청자 알권리 무시하고
이슬람 자극 않으려 ‘자체검열’
마호메트 만평과 관련해 이슬람권이 술렁대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 언론들은 미국의 크고 작은 언론매체들이 문제의 만평 게재를 자제하고 있는데 대해 ‘자체 검열’이라는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
미국의 언론들과는 정반대로 유럽의 유수 신문과 방송사들은 덴마크의 일간지 야일란즈 포스텐이 4개월 전에 게재했던 마호메트 만평으로 평지풍파가 일자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앞세워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만평을 다투어 게재함으로써 궁지에 몰린 야일란즈 포스텐의 뒤를 받쳐주었다.
반면 미국 언론들은 전세계로 확산중인 만평 사태의 추이를 상세히 전하면서도 대중 주간지인 인콰이어러를 제외하곤 문제의 핵심인 12장의 만평을 게재하지 않았다. 인콰이어러는 지난 4일 발행한 주말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마호메트 풍자 만화 가운데 그가 폭탄 모양의 터번을 두르고 있는 모습을 내보냈다. 인콰이어러는 또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전체 40장의 만평 가운데 문제가 된 12장을 모두 볼 수 있도록 관련 사이트를 링크시켜 놓았다.
ABC 뉴스도 만평을 내보냈지만 흐릿하게 처리된 화면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 내용을 모르고선 무엇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이처럼 미국의 언론들이 만화 게재를 자제하자 유럽쪽 언론들은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만화를 게재하거나 방송하지 않는 것은 독자와 시청자들의 알권리를 묵살하는 비겁한 처사”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마디로 이슬람권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자체 검열’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유럽의 언론들은 “선지자 마호메트의 전기를 쓴 아동작가로부터 삽화가들이 이 책에 들어갈 삽화를 거부하거나, 익명을 요구한다는 말을 듣고 언론계와 출판계에 이슬람과 관련한 자체 검열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삽화가 40인에게 마호메트에 관한 만평을 하나씩 그려달라는 부탁을 했던 것”이라는 야일란즈 포스텐의 문화부장 플레밍 로제의 발언을 인용해가며 “미국의 보도 자제가 바로 이같은 자체 검열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일부 언론인들은 “코란이 마호메트의 형상화를 금기시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를 희화화한 만평을 게재한 것은 일종의 ‘문화적 테러’”라고 반박했다.
한편 마호메트 만평 파문으로 덴마크와 회교권 사이의 무역업무는 사실상 마비됐고 유럽의 외교 공관들이 공격을 받고 있으며 중동지역은 물론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의 회교국들까지 술렁이고 있다. 또한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시위대와 군경의 충돌로 유혈사태가 발생하는 등 마호메트 만평 관련 시위로 이제까지 최소한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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