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 미국에서 개봉된지 10개월이 넘는 한 영화를 둘러싸고 로스앤젤레스 시민들 사이에 평가가 극단으로 엇갈리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화제의 영화는 오는 5일 열리는 2006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나리오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는 폴 해기스 감독의 `크래시(Crash)’.
이 영화는 로스앤젤레스를 무대로 미국 사회 내 인종 갈등 문제를 섬세하게 포착해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미국 흑인비평가들의 모임인 아프리칸 아메리칸 비평가협회에 의해 2005년 ‘올해의 영화’에 선정되는 등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작품이다.
백인과 흑인의 갈등이지만 히스패닉계와 아랍계의 아메리칸드림에 대한 좌절도 보여주고 한인의 부정적인 모습도 곁들인 이 영화는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이 가까워지면서 개봉후 1년이 가까워지며 잠시 수그러들었던 논란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영화에 대해 일부 팬들은 생소하면서도 비정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로스앤젤레스가 안고 있는 인종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또다른 일부에서는 실제보다 과장됨으로써 로스앤젤레스에 대한 그릇된 고정관념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 윌리엄 브래튼 국장은 이미 이 영화를 3차례나 관람한 열성 팬이다.
부하 직원들에게 꼭 관람하라고 권한다는 브래튼 국장은 경찰관 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지금껏 살아오면서 경험해 보지 못했던 장면들은 하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약 4년전 국장에 취임한 그는 항상 인종 문제로 고민했으며 최근에는 교도소와 일부 고등학교에서 발생하고 있는 흑인과 히스패닉간 폭력 사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브래튼 국장은 인종 문제는 나을만 하면 도지는 피부병 같아서 언제든 표면화되곤 하는데, 흑인 사회와 경찰의 관계가 대표적인 경우이다고 설명한다.
전국유색인종진보협회의 제이멀 왓킨스 서부지구장은 비야라이고사 시장이 라틴계로는 처음 로스앤젤레스 시장에 선출되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있기는 했지만 아직도 로스앤젤레스는 계층,인종으로 나뉘어 있으며 `크래시’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에 흑인사회 운동가인 조 힉스는 영화는 인종간의 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어 결국 로스앤젤레스를 편견과 비방으로 가득찬 곳으로 잘못 알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필리핀 출신인 멜라니 데 라 크루즈 UCLA 아시안아메리칸연구소 부소장은 흑인폭동 10주년을 맞아 코리아타운을 행진하면서 한인, 백인, 흑인, 라틴계 등이 옛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합심하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했었다며 영화는 실제와 전혀 다른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폴 해기스 감독은 이 영화가 일반 통념에 도전하고 있어 예민한 부분을 건드릴 가능성이 있음을 시인하면서 이런 저런 이유들을 대며 영화에 대해 혐오감을 드러내더라도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isjang@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is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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