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출신의 옐레나 데이킨은 아들을 직접 자가치료하고 있다. <사진 뉴욕타임스>
진료기관에 이민법 위반 통보 의무화 잇단 추진
“약 좀 빌려주세요”속출… 치료시기 놓쳐 병 키워
벨로루시 출신으로 현재 뉴욕 브루클린에 거주하고 있는 베라는 독감에 걸린 딸이 고열로 고통을 겪었을 때 병원을 찾는 대신 이웃집 문을 두드렸다. 독감 약을 빌리기 위함이었다. 그는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병원에 갈 수 없었다”고 울먹였다.
미국에 살고 있는 불법체류자 등 비시민권자들의 경우 아파도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고통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3일 이민자들에 대한 정부의 진료혜택 축소 등으로 몸이 아픈 이민자들이 치료를 위해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로 인해 이민자들은 최악의 상태에 달해야 병원을 찾거나 혹은 허가가 없는 진료소에서 병든 몸을 맡겨야 하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기 일쑤인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 전국 이민법률센터의 탄야 보더 변호사는 “전국적으로 반이민 정서가 무르익고 있다”며 “두려움과 혼돈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민자 가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의 20여개 주에서는 비시민권자들에게 제공하는 건강진료 혜택을 줄이는 80여개의 법안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 법안은 진료기관이 환자의 이민법 위반 여부를 관계 당국에 통보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애리조나주 유권자들은 2004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민발의안 200을 통과시켰으며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주도 이와 유사한 법안을 마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민자 옹호그룹은 이 같은 움직임을 미국에 살고 있는 1,100만명에 달하고 있는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관용의 한계라고 묘사하고 있는데 미국 이민개혁연맹의 댄 스타인 회장은 “이는 분명히 그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려는 시도”라고 못박았다.
비시민권자들에게 병원의 문턱이 높은 것은 이들이 갖고 있는 그릇된 우려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일부는 정부가 제공하는 진료 혜택을 이용하면 미래에 자녀가 대학에 갈 때 융자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박탈당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또 다른 일부는 후에 자녀가 군대에 징병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콜롬비아에서 이민 와 현재 영주권을 신청한 상태인 한 여성은 자녀가 무료로 언어장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주저하고 있다. 그는 “아무런 도움 없이 미국에서 살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황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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