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선(straight line)과 곡선(curved line)
중학교 때 미술시간. 선생님께서 물으셨습니다.
“한국 건축물을 상징하는 가장 큰 특징이 무엇인지 아니? 답을 아는 아이에게는 A+의 성적을 주고 싶구나” 까까 머리의 중학생들은 아무리 생각하고 대답해도 답을 맞출 수 없었습니다. 여러분은 이 질문의 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 답은 선(line)이었습니다. 실제로 한국인의 건축양식이나 의복 양식에는 한국인들만이 맛 볼 수 있는 고유한 선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 선은 모두 직선이 아닌 곡선이라는 사실입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한국의 궁궐이나 대궐은 모두 직선이 아닌 곡선을 가지고 있으며 시골의 초가집마저 직선이 아닌 곡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의복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나라의 고유 의복인 한복의 경우, 그 맵시와 태를 나타내 주는 것은 직선이 아닌 곡선입니다. 재미있게도 발에 신는 버선도 고무신도 직선이 아닌 곡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말(Speech)은 직선이어야 할까요? 곡선이어야 할까요? 만약 직선의 말과 곡선의 말이 부딪히면 누가 이길까요? 직선의 말이 곡선의 말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제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orld Baseball Classic) 1라운드 한,일전을 앞두고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대만, 중국, 일본이 함께 1차 라운드를 벌이면서 일본은 대회 전부터 한국대표팀을 염두에 두고 직선의 말을 거침없이 사용하곤 했습니다. 특별히 일본 대표팀의 주장이며 메이저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치로라는 선수는“앞으로 30년간 일본을 이기겠다는 생각을 못하도록 해주겠다”라는 말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더불어 일본 기자들은 한국 대표팀 선수들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한국을 라이벌로 지목하며 우리나라 선수들을 자극하려는 질문을 던지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최대 라이벌이자 경계 대상은 누구인가요?”라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박찬호선수는“첫 경기 첫 타자와의 승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가 최대 라이벌입니다”라는 명답(?)을 들려 주었습니다. “라이벌 일본팀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는“한국이 일본의 라이벌이냐고 자꾸 묻는데 이것은 일본이 한국을 진짜 라이벌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기십년이나 일찍 야구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고 한국 야구발전에 많은 도움을 준 일본이 한국의 수준을 이제야 인정해 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며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박찬호선수는 직선으로 던지는 질문에 모두 곡선으로 대답했던 것입니다.
그리고나서 펼쳐진 경기 결과는 한국의 3:2 역전승. 덕분에 이치로 선수에게는 한국의 넷티즌들로부터 ‘입치로’, ‘입치료’, ‘혀치로’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유대인 탈무드에 보면, “말이 입 안에 있을 때는 내가 말을 지배할 수 있으나 말이 입 밖으로 나가면 그 말에 내가 지배를 당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최근 영국의 BBC방송은 부부간에 격렬하게 말로 주고 받는 싸움은 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보도를 낸 바 있습니다. 직선의 말은 상대방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은 물론 자신의 삶에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게 합니다. 지금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말은 직선입니까? 곡선입니까? 우리의 삶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말은 직선의 말이 아닌 곡선의 말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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