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한 공인회계사
회계사가 못하는 운동이 하나 있다 - 스키. 겨울 내내 정신없이 일한다. 그러다 보면 스키장에 눈 다 녹는다. 그러니 언제 스키 배울 틈이나 있겠는가.이제 눈이 녹았다. 스키 시즌도 끝났다. 그러니 세금보고 시즌도 거의 끝물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아직 세금보고를 안한 사람이 있다면 분명 둘 중 하나. 아주 복잡하든지, 아주 게으르든지. 별로 복잡하지도 않은 케이스인데, 아직까지도 세금보고를 안했다? 그렇다면, 분명히 자신의 시
간관리나 자료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이맘때면 손님들이 묻는 항의성 질문이 하나 있다. ‘나랑 똑같이 버는데, 왜 저 사람은 $5,000이나 돌려받고, 나는$1,000밖에 안되는가...?’ 소득과 가족, 주소 등 다른 모든 조건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두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들이 돌려받는 세금도 과연 같을까?
천만에. 100이면 100 다르다. 그것은 지난 1년간 각자가 낸 세금이 다르기 때문이다. 낸 것이 다른데 - 원천징수(tax withholding)된 금액이 다른데 - 어떻게 같은 금액을 돌려받겠는가? 세금 떼는 방법도 그 손님의 성격대로 간다. 가급적이면 세금을 적게 떼 달라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될 수 있으면 많이 떼어 달라는 손님이 있다. 적게 뗀다는 얘기는 나중에 돌려받을 것도 별도 없다는 뜻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벌금까지 합쳐서 더내야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손님은 나중의 $100보다 당장의 $10이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것이 틀린 생각이 아니다. 특히 요새 같이 투자수단이 다양하고,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어쩌면 현명한 재테크수단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많이 떼어두었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목돈을 받겠다는 손님의 전략도 무조건 틀리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돈이 있으면 쓰게 마련인 법. 절대 망할 염려가 없는 IRS에 조금 더 맡겨둔 뒤, 나중에 큰 돈을 받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은행 적금처럼 이자도 붙지 않고, 그것을 담보로 대출도 되지 않으니, 최고의 방법은 아닌 셈이다.중요한 것은, 본인이 적극적으로 의도하고 계획한 전략이 있는가 여부다. ‘어떻게 여기까지 오다 보니, 세금을 얼마 돌려받게 되었다...’ 하는 말은 참 무책임하게 들린다. 본인의 재산과 관련된 문제인데, 너무 회계사만 의존하지 말자. 회계사는 해결사가 아니다. 회계사는 회계사일 뿐이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돌아감을 명심하자.
지금은 지난 1년의 재무 전략을 돌이켜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때다. 지난 1년간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떤 부분에서 미진했는지 반성하고, 새로운 계획을 만들어 가는 것이, 세금보고 시즌이 끝나가는 지금, 바로 할 일이다.
사실 모든 회계사가 스키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회계사들끼리 <스키 계>를 만들기도 한다. 4월 15일이 지나면, 훌훌 털고 북유럽으로 스키를 타러 간다. 그 준비는 벌써 1년 전에 했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장소와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다. 미리 준비하는 사람을 당해낼 재간이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세금보고 시즌의 마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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