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우리의 심장의 맥박과 목청의 피치에 힘을 더해 주었던 WBC 세계야구대회가 끝이 났다.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낸 한국대표팀에 박수를 보내며 이로 인해 높아진 한국야구의 위상과 우리 이민사회에 심어준 자긍심은 이번 대회가 생산해 낸 좋은 부산물이다.
이번 야구대회를 통해서 인간 마음에 숨어 있는 일등을 향한 열망이 얼마나 큰 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일등을 향한 열망이 열정을 낳고 사회적 신분상승작용에 기여를 하여 경제적 발전의 원동력을 이루는데 사용된 한국 같은 경우 긍정적인 면도 다분히 있다.
하지만 일등만을 추구하는 고집에는 추함이 늘 깃들여있음을 보게 된다. 미국은 이번 대회를 주도적으로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를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게 보인다. 미국에서는 야구가 최고인기종목 중 하나이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턱없이 미미한 관심(오죽하면 올림픽종목에서 탈락했을까!)을 축구의 월드컵 수준으로 올려놓고자 하는 목표와 야구 종주국으로서의 실력과시와 그 영향력 확대, 그리고 시즌 전 미국 팬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것을 들 수 있겠다. 아울러 대회를 통해 얻어지는 엄청난 부수입을 계산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에 야구 종주국 미국이 반드시 우승하여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야구의 월드컵을 주창하면서도 운영은 미국 메이저리그가 독점하고 대진표와 심판진을 자기네들 유리한 대로 짜버렸다. 하여간 일등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적인 관례도 없는 이상한 토너먼트 형식을 만들어냈다. 한참 아래라고 생각하는 아시아 팀들과 한 팀에 속하게 하고 결승에 갈 때까지 같은 조끼리 죽기 살기로 싸우게 만들었다. 미국이 꺼리는 팀과는 아예 결승 이전까지는 붙지 않겠다는 야심에 찬(?) 계획이었다.
문제는 게임이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어 버렸다. 일등의 미국은 그들의 우뚝 솟은 자존심을 한일전의 운명에 맡기고 선처를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르렀고 한국은 일본을 두 번 이김으로써 미국의 속셈에 은근한 지원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오만한 콧대는 멕시코에게 또 짓밟힘으로써 아예 4강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게 되었다. 일등의 쫀쫀함을 안고 추락하고 말았다.
그럼 목이 터져라 응원한 한국의 응원은 어떠했는가? 평소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가 4강, 우승의 전망이 보이자 열광하기 시작했다. 마치 야구에 모든 것을 건 도박사처럼 모두가 야구에 광적인 팬이었다. 미국의 쫀쫀한 일등정신의 최대 수혜자가 된 얄미운 일본이 가장 원하지 않았던 시나리오였던 우승을 따냈으니 우리의 속은 더욱 쓰리기만 하다. 그래저래 우리도 쫀쫀한 일등병에 걸린 사람들임엔 틀림없다.
우승만을 목표로 하고 즐기지 않는 스포츠는 도박이다. 여가 선용과 스트레스 해소책으로 스포츠는 사람에게 매우 유익하다. 하지만 우승에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정신 건강에 해로운 것이다. 평소 시즌 경기에는 관심도 없다가 우승이 점쳐질 때쯤 관심을 돌리는 것은 도박정신이다. 한국사람들이여! 스포츠를 즐기자. 자신이 좋아하는 종목에 깊은 관심을 쏟자. 이기는 경기에 갑자기 온 국민이 열광적인 팬이 되다가 지게되면 싸늘해졌다가 또 다른 종목에서 우승이 보이면 일제히 그 종목에 열광적인 팬이 되는 것이 과연 애국적인 일인가?
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일등을 쫓아 피곤한 줄서기를 그만하고 진정 스포츠를 즐기자. 진정 나라와 스포츠를 사랑한다면 시즌 경기를 즐기라고 권하고 싶다.

김홍덕 조이장애 선교센터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