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오학생방지법 도입 후 美학교 강제로 수업 조정
표준화한 영어와 수학 평가를 강조하는 미국의 ‘낙오학생방지법(NCLB)’ 도입 후 이 과목에만 집중하는 교과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다.
미 교육정책연구소 조사 결과 NCLB가 시행된 2002년 1월 이후 71%의 학교가 영어와 수학을 강화하기 위해 역사 음악 등 다른 수업을 줄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6일 “교과의 선택과 집중은 전국적 현상”이라며 “성적이 낮은 학생은 다른 과목을 수강치 못하게 한 학교가 많아 이들이 공부에 흥미를 아예 잃을 우려도 있다”고 보도했다.
법의 취지는 학교 및 교육 당국의 책임 강화를 통해 교육의 전반적 수준을 높이자는 것이다. 2년 연속 국가가 정한 기준을 달성하지 못한 학교의 학부모는 다른 학교로 학생을 전학시킬 수 있다.
평가의 핵심인 학업성취도 시험은 매년 최소 한 번은 치러야 하는데, 영어와 수학만 본다.
학교들은 우선 성적부터 높이고 보자는 쪽으로 나왔다.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중학교는 885명 중 150명의 학생이 하루 총 6교시 중 4교시를 영어 수학 수업으로 채웠다.
성적이 가장 나쁜 125명은 영어 수학 체육을 제외한 다른 수업은 아예 수강하지 못한다. 텍사스 한 학교는 6학년의 영어 수학을 두 배로 늘렸고, 봉鄕?베이원시는 성적이 나쁜 학생은 외국어 예술 등 선택과목을 듣지 못하게 만들었다.
학교들은 “영어 수학 성적이 오르면 다른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는 원칙이 새로운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학생들에게 ‘학교는 반복 훈련만 하는 지루한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결국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컬럼비아대 토머스 소볼 교수는 “영어 수학에만 매달리는 것은 바이올린을 배우는 학생에게 음계만 연습시키는 것과 같다”며 “학생이 공부에 대한 열정을 잃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 원칙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급선회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미 정부는 목공 재봉 등 실용 과목을 강화토록 했고, 1957년 러시아가 인공위성을 발사하자 갑자기 과학 수학에 열을 올렸다.
NCLB 역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0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이듬해 급히 채택됐다. 위스콘신대 윌리엄 리즈 교수는 “NCLB는 과거 어떤 교육개혁보다 갑작스러운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성적 향상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학교가 교육을 획일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