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예술은 같은 뿌리에서 나오는 근친관계이다.” 20세기 미국의 작가인 웰리 카드의 말이다. 그렇다. 작곡가는 음악을, 작가는 글을, 그리고 화가는 그림을 그린다. 이 모든 작품들은 인간의 영을 순화시키고 그리고 인간생활을 정화하여 주는 영감의 실체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예술 작품에 접하게 되면 아름답게 바라보는 눈과 귀와 마음을 가지게 된다.
지난 겨울방학이 시작되어 며칠을 무료하게 지낸 존은 어느 날 아침 동네를 산책하게 되었다. 얼마를 걸어 가다가 친구인 잽과 영을 만나 셋이서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네 길을 누볐다. 그러던 중 어느 집 앞을 지나가는데 집 앞에 서 있던 할머니가 손짓을 하면서 부른다. 존은 친구들과 더불어 그 할머니에게 다가간다. 할머니는 어렵게 말을 건넨다.
“애들아, 너희들 나를 좀 도와주지 않겠니? 사실은 나의 고양이가 집을 나갔는데 찾을 길이 없단다. 그러니 너희들이 좀 찾아주면 좋겠다.” 그러면서 주머니에서 돈을 끄집어내어 한 아이에게 10달러씩 나누어준다. 존은 거절하였다. “할머니, 필요 없어요. 우리가 찾아 줄게요.” 다른 아이들도 다같이 돈을 거절하면서 똑같은 말을 하였다. 그러나 할머니는 막무가내로 돈을 손에 쥐어주면서 공부하는데 필요한 것을 사라 하시면서 한사코 집어준다. 하는 수 없이 돈을 받은 세 아이들은 할머니 집을 나와 동네를 누비기 시작하였다. 각자 헤어져 한나절을 보냈으나 찾지 못하고 동네 한 모퉁이에서 만났다. 그리고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할머니 집으로 향했다. 문을 두드린다. 할머니가 활짝 웃으시면서 문을 연다. 존은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할머니는 “괜찮다. 고양이가 제 발로 돌아오겠지.” 하면서 수고를 한데 대하여 고맙다는 표시로 연발 “생큐, 생큐” 한다.
며칠이 지났다. 존은 며칠 전과 같이 아침을 먹고 동네 산책을 위해 집을 나섰다. 얼마 전에 내린 눈이 아직 완전히 녹지를 않아서인지 잔디밭과 나뭇가지에는 제법 눈이 쌓여 있다. 아침 햇빛이 나뭇가지 사이로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얼마를 걸었을까. 멀리 서있는 한 나무에 걸려있는 흰색 종이가 눈 안으로 들어 왔다. 그는 걸음을 재촉하면서 나무 가까이 가보니 누군가가 쓴 알림의 내용이었다. “이름 모르는 소년들아, 너희들이 그렇게 찾으려고 한 나의 고양이가 지난밤에 집으로 돌아 왔단다. 그러니 너희들이 더 이상 찾을 필요가 없게 되었단다. 지난번에는 대단히 고마웠다. 할머니로부터.” 이 광고를 읽는 존의 눈에는 한 순간 눈물이 고였다. 너무나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존은 자신도 모르게 집으로 뛰어 갔다. 그리고는 문을 열자 말자 “마미, 마미” 하고 외쳤다. 엄마는 무슨 영문이지도 모르고 존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존은 숨을 헐떡거리면서 자초지종의 이야기를 하였다. 어느 한인교회에서 노인들을 섬기는 전도사로 일을 하고 있는 어머니는 이 감동적인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한인노인들에게 전하기 위해서 며칠 밤을 설치면서 일요일을 기다렸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그림이 아니다. 상상으로 그려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림이 더 아름답고 감동적일 수도 있다. 어머니는 한인노인들에게 아들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가 이 아름다운 그림을 바라보면서 우리들의 삶을 풍요롭게 합시다. 풍요로운 삶은 무거운 삶에 지친 자들을 편히 쉬어가게 합니다. 그리고 우리 한인노인들도 사랑, 배려, 존중 그리고 예의의 색채로 그려진 이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면서 살아갑시다.”
도진호 <베데스다, MD>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