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대비도 진화 못하는 힐로의 ‘한류 불길’
3월 이상기후로 연일 퍼붓는 장대비도 주 전역을 달구고 있는 한류열기는 식히지 못하고 있다. 기자가 입사해 기자수첩으로 다룬 주제도 공교롭게 다 한류와 관련된 것이다. 본보 편집국내에서는 “이참에 한류전문 기자로 전환해보라”는 농담도 건넨다. 생각중이다.
그만큼 하와이에 불고있는 한류열기가 다른지역과 비교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기자는 힐로 라이먼박물관의 초청으로 화산섬에 번지고 있는 한류열기를 체험할 기회를 가졌다.
기자가 생각하기에 힐로는 호놀룰루에 비교하면 한류열기가 활활 타오르기에는 모든 것이 낙후되어 있었다.
한류불길 점화의 매체가 되는 방송환경이 최근에야 비로소 유료 케이블을 통하여 KBFD에서 방영하는 한국드라마와 쇼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전에는 NGN 일본방송을 통해 하루 한 시간씩 일주일에 4개의 드라마만 시청할 수 있었다.
이런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이들은 한국 드라마에 매료되었고 한국문화에 목말라하다 지난해 10월 한국방문길에 나섰다고 한다. 한국여행이 계기가 되어 이들은 더욱 친해지게 됐고 그 후에도 주기적인 만남을 갖고 한국을 알고자하는 이들의 열의는 현지 박물관으로 하여금 한국문화축제 세미나 프로그램을 만들게 했다. 또한 기자와 이들과의 만남이 있게 했다.
이들의 한국여행을 인솔했던 윈워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한국드라마를 통한 한국어 강좌를 하고 있는 고가현자 평통위원은 “로컬 한국드라마 팬들은 한국여행을 통해 친구가 되었고 취미가 같기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 문화와 역사에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하는 이들의 열정은 한국 방문길을 열어 “힐로 로컬주민 다수를 포함하여 2007년까지 한국방문자 예약이 다 찬 상태”의 관광열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열기속에 힐로에서 만난 한국 드라마 팬의 이야기는 한류열기가 주민들의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감지하게 한다.
라이먼 박물관에서 열린 한국드라마 설명회에 참석한 최고령자 러스티 엉(83세) 할머니는 “지난해 한국 방문 때 같이 간 친구들과 함께 포장마차에서 먹은 소주와 닭발안주가 너무나 그리워 얼마 전 직접 소주와 소주잔을 구입했다”며 “주말에 중국식당에서 닭발요리를 주문하고 집에서 한국에 함께 갔던 친구들과 소주를 마시며 그 때를 회상할 계획”이라고 즐거워했다. 7시 이후에는 드라마 시청을 위해 전화통화조차 거부하는 엉 할머니는 주위 친구들이 자신에게 한국드라마에 너무 광적인 것 아니냐는 놀림에 항상 “한국드라마가 나의 삶에 활력을 주고 이로 인해 생명이 연장된다”고 반박한다며 “가족 대부분이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있지만 한국드라마 시청을 위해 하와이에 남고 있다”는 말에 주위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로 엉 할머니는 고령의 나이에 비해 정정했으며 즐겁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이 고령의 할머니를 보니 일본드라마 ‘오싱’ 신드롬이 생각난다. 우리에게는 소설로 유명한 일본드라마 오싱은 1980년대 방영되어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오싱이 방영됐을 당시 일본의 암 사망자수가 줄었다가 드라마가 종영한 뒤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오싱의 결말을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환자들의 간절한 마음이 이런 현상을 만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기자는 한국드라마가 엉 할머니에게 삶의 활력소를 찾게 해준 ‘오싱’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놀라고 기쁠 수 밖에 없었다. 노인인구가 타주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은 이곳 하와이에 불고 있는 한류열기가 경제, 문화적인 파급 효과외에도 주민들의 정신적, 육체적 치유효과마저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앞으로도 기자는 하와이 한류불길을 주시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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