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는 나의 힘? 호르무즈 봉쇄시 유가 100弗까지 폭등
美의 남모를 고민, 이라크전 전례 비춰 군사 공격 어려워
미국이 우라늄 농축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이란에 대해 군사적 대응을 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의 ‘군사 공격’은 이란과 중국, 러시아에 대한 압박용의 성격이 강했다. 애시톤 카터 하버드대 교수는 “제멋대로 하려는 이란이나 경제적 이득 때문에 이란을 밀어붙이지 못하는 중국 러시아를 향해 미국이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란의 깜짝 발표로 이 같은 상황은 바뀌었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2일 “(이란을)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다”며 “강한 대책이 필요하고 이 달말 유엔 안보리에서 분명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0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군사공격 가능성을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고 밝힌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전문가 대부분은 미국의 군사 공격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보고 있다. 엘리어트 코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이란에 대한 공격에는 큰 희생이 뒤따를 뿐 아니라 따져봐야 할 것도 많다”며 “백악관이 섣불리 칼을 빼 들지는 못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란의 석유 무기화 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다. 중동 제2의 산유국 이란이 석유수출을 중단하고 세계 원유 물동량 중 40%가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유가가 80~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이 이달 초 걸프 해역에서 고속 어뢰와 다탄두 스텔스형 미사일을 선보이며 기습적인 군사훈련을 한 것도 이 곳이 자신의 통제권 아래 있음을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라크도 골칫거리다. 이란과 가까운 시아파가 이라크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이란이 이들을 자극하면 이라크 정국이 더 꼬일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라크에서) 이미 불이 난 마당에 또 한 번 불을 지르는 꼴”이라고 무력 사용을 반대했다.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이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지난해 ‘대량살상무기 관련 미국 정보역량에 관한 위원회(CIC)’는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공격했다”며 “이란에 대한 정보는 더 형편 없다”고 혹평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 핵 시설은 대부분 지하에 있는데다 이라크 보다 4배나 넓은 국토 곳곳에 흩어져 있다”면서 “쉽게 찾을 수도 없고 이를 완전히 파괴하려면 최소 600~1,000번의 공습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군사력은 사담 후세인 정권 때보다 더 강하다는 점도 미국을 망설이게 한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전례를 볼 때 미국은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군사 공격은 반미 여론을 외치는 강경 보수파에게 여론의 지지를 얻을 기회를 주는 셈”이라며 “중국, 러시아를 설득해 이란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전했다.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 국무부 부장관도 “미국이 아니더라도 중국, 러시아도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며 “미국은 섣부른 군사 공격 대신 이라크, 이란 핵 문제, 테러 방지 등에 대해 이란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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