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현역 투수 중 최고로 치는 로저 클레멘스(44)가 지난달 WBC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는 본선이 열린 애나하임에서 세탁을 할 수 없었다.
세탁소 주인들이 모두 한일전을 관전했기 때문이다”라고 농담을 하였다.
그는 이어 한일전 당시 5만명이 모였다며 한국과 일본 팬의 애국심과 야구에 대한 열기에 놀랐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그 말이 세탁소 주인들은 모두 한국인 또는 일본인이라는 인상을 주어, 한국인을 비하했다고 한국의 네티즌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았다. 그런 과민한 반응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선 그는 한국인과 일본인을 다 언급하였는데 왜 한국인들만 유독 흥분하는가 하는 점이다. 남의 말에 유난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심리적으로 피해의식이나 열등의식이 있는 경우이다.
한민족이 원래 한이 많다는 것은 자타가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적으로 세계 11위로 올라설 만큼 국제적 지위가 상승되었다.
자긍심을 그에 걸맞게 높여서 남의 말 한마디에 너무 좌지우지되지는 말아야 하겠다.
그가 말한 의도를 보면 농담임을 금방 알 수 있다. 농담으로 한 한마디를 꼬투리 잡아 시비하는 것은 말하는 쪽보다는 그렇게 부정적으로 확대 해석하는 쪽의 잘못이다. 농담은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배워야 한다.
게다가 세탁소 주인은 모두 코리안이라고 하는 것이 왜 비하하는 말인가.
이것이 한국에서 문제가 된 것은 바로 한국사회에서 세탁소 주인에 대해 가지는 사회적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직업의 귀천이 없는 미국에서는 세탁업이 결코 사회적으로 차별 받는 직업이 아니다.
다른 인종에 대한 차별로 말한다면 한국민들은 이중의 잣대를 가지고 있다. 한국인이 미국에 와서 받는 차별을 한국에서 혼혈인들, 조선족, 그리고 동남아 출신 근로자들이 받는 차별과 비교한다면 어느 것이 크겠는가.
물론 명백히 차별적인 의도로 말한 경우는 따지고 항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이 합리적이고 정상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 즉 신문에 발표된 그의 언급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글을 발표하는 자유민주주의적 문제 해결방법이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해 집단적으로 포화를 퍼붓는 것은 자신들의 감정해소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문제해결과는 상관이 없다.
언론의 자유란 자신의 의사를 법의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로서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 된다. 더구나 미국과 한국에 있어 언론의 자유에 대한 인식과 허용범위가 다를 경우 그 차이를 인정하여야 한다.
고 김형곤씨는 “코미디의 본질이 풍자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우리 코미디에서 풍자가 사라졌다”라며 개탄하였다. 어떤 특정직업에 대한 풍자를 하면 집단적이고 직접적인 반발로 인해 한국에서 언론의 자유가 그만큼 위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인과 한국인은 다르다. 이번 경우는 미국인이 미국 내에 거주하는 한인들 즉 코리안 아메리칸에 대한 언급이었다.
이번 언급에 대해 정작 한인들, 특히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인들은 전혀 비하라고 느끼지 않는데, 한국에서 한국인을 비하하였다고 흥분한 것이다. 지나친 반응이다.
임진혁 새크릿 하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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