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의 ‘사탄의날’
책·영화 등 출판·개봉 등
판촉 수단으로 이용 ‘재미’
올해 6월6일을 아라비아 숫자로 표시하면 6606이 된다. 여기서 0만 빼내면 666으로 요한 계시록에 등장하는 악마의 수와 정확히 일치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요한 계시록의 일부 신봉자들은 2006년 6월6일을 ‘인류 최후의 전쟁’이라는 ‘아마겟돈’에 대비해 적그리스도가 지상에 악마의 군대를 포진하는 날로 해석한다. 종말론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사탄의 날’인 셈이다.
이같은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진 않는다 해도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날이라는 ‘13일의 금요일’을 택해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이 드문 것처럼, ‘사탄의 날’에 관한 주장을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6월6일로 날을 잡아 중요한 행사를 치르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판촉업계에게 6월6일은 100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한 ‘길일’이다. 종교적 색채를 지닌 영화나 책, 앨범 등을 알리는데 이보다 더 좋은 날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수주 동안 LA의 거리 곳곳에 세워진 광고판에는 “당신은 이미 경고를 받았다”거나 “징조들이 당신의 주변을 감싸고 있다”는 등의 음산한 포스터가 나붙었다. 광고 문구의 아래쪽에는 666이라는 숫자가 기분 나쁜 낙인처럼 큼직하게 찍혀 있다.
오는 6월6일에 맞춰 개봉할 예정인 20세기 폭스사의 영화 ‘오멘’(Omen)의 광고다. 오멘은 악마의 화신이 인간의 몸을 빌어 이 세상에 온다는 내용으로 예전의 흥행작을 리메이크한 작품.
20세기 폭스사는 여러 대의 경비행기를 동원, “당신에게 이미 경고를 했다”는 666 꼬리표를 달고 대도시 상공을 비행했고 마이애미에서는 이를 테러 협박으로 오인해 공군기가 출격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영화뿐 아니다. 이른바 ‘사탄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가수들도 6월6일 일제히 새 앨범을 내놓는다. 데스 메탈그룹 디사이드(Deicide)의 신곡을 비롯, 전자음악 예술가 폴 오큰폴드의 ‘A Lively Mind’, 데이비드 리 로스의 ‘Strumin’ with the Devil’ 등이 이 날을 기해 동시에 선을 보인다.
그동안 종교에 대해 도발적인 입장을 취해온 작가 앤콜터의 새 책 ‘Godless’(무신)의 발매일도 6월6일로 잡혀 있다. 출판사인 크라운 포럼은 앤콜터의 집필 작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이 날을 발매일로 낙점했다. 반종교적인 서적을 세상에 내놓는 시점으로 이보다 나은 선택은 없다는 판단에서다.
말세의 징조인지, 이제 ‘저주의 숫자’까지 상업적인 목적으로 전용되고 있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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