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와 밤낮을 잊고 열심히 일하던 수많은 우리 동포들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고 ‘도대체 왜?’ 라는 질문을 던지며 절규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14주년이 되는 올해의 ‘사이구’는 지난 어느해 보다도 우리 동포사회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폭동후 우리가 얻은 가장 값진 교훈 중의 한 가지는 타 소수민족사회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돈독히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실 엄청난 피를 흘리며 인권운동에 앞장서 온 흑인 커뮤니티의 공로를 거의 잊고 지낸다. 흑인 커뮤니티가 이루어 놓은 업적에 감사하면서 같은 소수민족으로서의 연대의식을 갖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을 무시하고 오만한 자세로 흑인사회 한복판에서 장사를 하다보니 한흑 갈등에 일조했다는 반성도 있었다.
또 하나의 결론은 우리가 사는 사회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흑인사회의 실직 및 범죄율이 치솟는 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돈버는 데에만 급급하여 커뮤니티에는 사실 무관심하였다. 그러다 보니 당시 흑인사회에서는 한인들이 돈은 자신들의 동네에서 술을 팔아 벌어가면서 전혀 기여는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한인 커뮤니티의 발전을 위해서는 타 소수민족들과 좋은 관계를 가져야만 한다는 4.29 폭동이 준 교훈은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4년이 지난 지금 전체 라틴계들은 인종차별적인 반 이민법에 대항하여 대대적인 항의를 하고 있다. 우리도 같은 소수민족으로서 이렇게 중대한 이슈에 주요 성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4.29에서 얻은 교훈을 현실에 올바로 적용하여 실천하는 지혜일 것이다.
이민자를 인간이기 이전에 범죄자로 모는 인종차별적 악법에 우리가 라티노와 함께 대항한다면, 이는 양 커뮤니티의 관계를 개선하는데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며 한인들의 사업장에서도 즉각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4.19를 겪으며 한인사회가 진정한 의미에서 ‘모범소수민족’이 될 수 있다는 잠재력을 확인하였다.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기금모금과 봉사활동, 폭력을 평화로 잠재운 평화 대행진, 이후 흑인사회와의 화해와 교류를 위해 기울인 여러가지 노력 및 주류사회에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2세들을 앞세우고 지원하는 데에서도 확인되었다.
이번 4.29의 이틀 뒤인 5월1일은 라티노가 주도하여 북미주 전역에서 펼쳐질 이민자 대행진이 있는 날이다. 폭동의 교훈을 기억하고 현실에 올바로 적용하여 모범 소수민족으로 도약하려면 우리 한인사회도 더 이상 방관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 한인들 및 사업체도 우리 모두의 권익을 위하여 함께 앞장서 참여할 뿐 아니라, 시위에 참여하는 전 직원들의 하루 일당도 파격적으로 지불해 줌으로써 우리 커뮤니티의 넓은 아량을 베풀어 보면 어떨까.
한인 커뮤니티가 이 기회를 통해 라틴계와의 관계개선에 과감히 투자한다면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결과를 얻을 것이다.
홍순형 가주 간호사협회 지도 조직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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